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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글로벌브레인]이경훈 대표, '벤처 엘도라도' 일본행 오작교 자처노무라·BCG 컨설턴트, 스타트업 거쳐 VC 입문…올거나이즈·채널톡·와이낫미디어 투자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02 08:40:22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항해시대, 항해자들은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향해 물살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벤처 대항해시대가 열린 지금 상황도 다르지 않다. 벤처캐피탈리스트와 스타트업은 '기회의 땅'을 찾겠다는 의지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특히 한국 투자사와 스타트업은 작은 내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벤처 기회의 땅은 일본이다. 지난 2022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스타트업 육성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10조엔(약 88조원)을 투자해 10만개 이상 스타트업과 100개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담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엘도라도를 꿈꾸며 일본으로 향하는 스타트업이 늘어가는 가운데 주목받는 벤처캐피탈(VC)이 있다. 일본 톱티어 VC 글로벌브레인이다. 2015년 일찌감치 한국 오피스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양국 벤처 생태계의 오작교 역할을 해왔다. 그 중심엔 이경훈 글로벌브레인 한국대표(사진)가 있다.

◇성장 스토리: "스타트업 동반자 꿈꿔…한일 연결다리 역할"

이 대표는 한국과 일본 벤처 생태계의 '연결다리'를 자처한다. 그는 국비유학생으로 일본 교토대 물리공학과에 입학하면서 일본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정말 재밌어하는 일이 뭔지 몰라서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고 언급했다.

첫 행선지는 노무라종합연구소였다. 한국과 일본의 오작교가 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을 돕거나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을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업무에 집중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 적을 옮겨도 마찬가지였다. 서울과 도쿄 오피스에 차례로 몸담으며 오작교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제휴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인공지능(AI) 로봇 스타트업 AKA로부터 스카우트를 제안받았다"고 말했다. 가슴 뛰는 도전에 나서고 싶었던 그는 AKA 행을 택했다. 2015년부터 3년간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하며 창업 생태계를 직접 경험했다.

여러 경험이 축적되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 업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스타트업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다. 2018년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전업에 도전하던 그가 향한 곳은 글로벌브레인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뿐만 아니라 핸즈온(직접) 지원에 특화된 하우스라는 점이 가장 끌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브레인은 일본 톱티어 VC로 꼽힌다. 일본 내 스타트업 투자금액이 가장 많은 VC로 수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2700억엔(약 2조4000억원)이다. 주목할 점은 투자기업 밸류업을 지원하는 전문팀이 구축돼 있는 점이다. 전체 절반가량 인력이 지원팀에 소속돼있을 정도다.

이 대표는 "일본 VC 중 스타트업 밸류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전문팀까지 꾸린 하우스는 많지 않다"면서 "글로벌브레인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글로벌브레인에서 투자 업무를 약 2년간 진행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으로 돌아와 투자 및 밸류업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글로벌브레인 한국대표로 선임됐다.

◇투자 철학: "사업보다 사람 중요…혁신에 진심인 창업팀 발굴"

한국과 일본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며 얻게 된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사업보다 사람에게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내가 베팅하는 것은 대표님(창업자)"이라며 "사업은 컨설팅과 피보팅(사업방향 전환)을 통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지만, 창업자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목표의식(혁신)이 뚜렷하고 열정적인 창업자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를 사랑하게 된 배경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이 가득한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열정으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신을 갖되 경청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사업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고 뚜렷한 철학을 갖는 것은 혁신가에게 분명히 필요한 덕목"이라며 "다만 여러 사람이 함께 팀을 이뤄 성장하는 스타트업 환경을 고려할 땐 타인의 조언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업자를 제일 먼저 알아보고 끝까지 믿어주는 존재를 꿈꾼다. 이 대표는 "당사자가 제일 잘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면서 "창업자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를 지향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금 지원 혹은 네트워킹을 통해 뛰어난 사람(창업자)을 묵묵히 지원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 채널코퍼레이션, 올거나이즈, 와이낫미디어

이 대표의 포트폴리오 리스트는 일본 시장에서 활약하는 스타트업으로 꽉 채워져 있다. 2018년 일본에 진출한 채널코퍼레이션이 대표적 사레다. 고객 상담과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 메신저 기능을 한데 묶은 서비스 '채널톡'을 개발했다. 현재 매출의 25%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이 대표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스타트업 동반자'를 꿈꾸며 VC 업계에 입문한 이 대표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해 준 포트폴리오이다. 이 대표는 2021년 채널코퍼레이션에 합류해 핸즈온(직접) 지원에 나섰다.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 2023년까지 몸담았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여러 번의 피보팅을 통해 현재의 채널톡 서비스를 개발했다. 특히 일본 시장 진출에 관심이 많았는데 글로벌브레인의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물심양면 지원했다고 한다. 음성 및 영상 통화 기능을 추가하는 과정에서는 일본 최대 통신사 KDDI와 연결다리를 놓았다.

현재 베이크루즈, 빔즈 등 일본 패션 브랜드 포함 총 1만5000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 대표는 "투자사에서 밸류업을 지원하는 것은 기간을 정해두고 외부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직접 C레벨로 합류해 구성원과 호흡하며 회사의 성장을 끌어낸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거대언어모델(LLM) 올인원 솔루션 기업 올거나이즈도 좋은 사례다. 내년 하반기 일본 증시 상장을 목표로 현지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22년 8월 본사 기능을 미국 휴스턴에서 일본 도쿄로 이전했다. 노무라증권, 유통사 이온그룹, 화장품사 까오, 이동통신사 KDDI 등 일본 주요 대기업들이 고객사다.

이 대표는 올거나이즈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파이브락스(5Rocks)를 창업하고 2014년 탭조이에 성공리에 매각했던 이창수 대표가 세운 두 번째 회사"라고 말했다. 이어 "파이브락스는 글로벌브레인의 첫 번째 한국 투자사"라며 "성공적인 엑시트(회수)에 기반해 투자, 일본 진출까지 적극 지원한 사례"라고 전했다.

콘텐츠 스타트업 와이낫미디어 또한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의 대형 출판사인 코분샤와 업무협약을 맺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코분샤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진격의 거인을 비롯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했다. 와이낫미디어는 '로맨스는 데뷔전에' 등 인기 콘텐츠를 제작했다.

특히 와이낫미디어 제작 '로맨스는 데뷔 전에'는 일본 동영상서비스(OTT) 아베마TV 연애 부문 랭킹 1위, 종합 랭킹 2위에 각각 오르고 일본 간사이 컬렉션에 초청되는 등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 대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지닌 콘텐츠 제작 강점을 결합해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 신한벤처투자와 역외 펀드 운영 "오작교 지향"

올해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이 대표의 발걸음은 분주할 전망이다. 신한벤처투자와 결성한 '신한·GB 퓨처플로 펀드' 핵심운용인력으로 활약하면서다. 해당 펀드는 글로벌브레인이 처음으로 결성한 초기기업 투자 전문 펀드로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27.5억엔(약 250억원) 규모로 1차 결성됐다.

관심 투자 섹터는 △딥테크(AI, 반도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콘텐츠 △웹 3.0 등이다. 이 대표는 "딥테크와 SaaS는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한 섹터이기 때문에 관련 스타트업이 많다"면서 "파급력이 큰 IP를 보유한 일본의 강점을 살리는 콘텐츠와 웹 3.0 분야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투자 시장의 잠재성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일본은 초기투자, 세컨더리, 그로스 시장 기회가 많다고 본다"면서 "신한벤처투자와 협력을 논의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미래 10년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라며 "수익 배수 측면에서 초기 시장이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앞으로도 한일 스타트업의 오작교로서 역할을 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있어서 일본 시장은 좋은 교두보"라며 "좋은 성장사례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에서 일본 스타트업 투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이 많기 때문에 일본 스타트업 또한 한국 기관 투자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한일 스타트업의 글로벌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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