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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호황기의 시작점 [thebell note]

서은내 기자공개 2024-05-02 10:30:4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1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달 마지막 주 열리는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장. 경매가 진행되는 공간의 사면 벽에는 그날 출품된 미술품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경매 진행을 맡은 수석 경매사는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의 온기가 미술품 시장에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짧은 인사말을 한다. 이제 본격적인 경매 시작이다.

조용해진 현장 한가운데에는 응찰자들이 열을 따라 줄지어 놓인 좌석에 앉아있다. 단상과 가까운 한쪽 벽 앞에는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은 서울옥션 직원 20여 명이 경매사와 현장 응찰자들 쪽을 향해 모여있다. 전화 응찰, 서면 응찰 고객들의 주문을 대신 받아 경매사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조력자들이다.

전화부스에 앉은 직원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서울옥션 대표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매달 열리는 현장 경매에 빠지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도 이 부회장은 전화주문을 응대하며 패들번호를 들어 주문을 경매사에게 전달했다.

지난 23일 열린 서울옥션 4월 경매 현장.

이 부회장은 국내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여성 리더 중 한명이다. 서울옥션을 만든 이호재 회장의 막내 동생이며 2013년까지 가나아트센터 대표를 맡아오다 2014년부터 서울옥션 경영을 책임져왔다. 서울옥션은 국내에서 처음 미술품 경매를 시작한 곳이다. 10년간 이곳을 이끌며 누구보다 한국 미술산업의 발전을 염원해 왔다.

이 부회장은 곧잘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이 껌 시장에도 못미친다는 통계가 있다"며 "시장이 더 커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한국 미술시장이 근래 들어선 침체기를 맞아 더 그늘이 깊다. 2022년 하반기 이후 불황기가 이어지고 있다. 직전 호황기의 기쁨이 컸던 만큼 이어지는 불황에 대한 아쉬움도 큰 상황이다.

미술 시장의 현주소를 가장 뚜렷이 체감할 수 있는 곳이 경매 현장이다. 올 들어 경매시장의 낙찰총액, 낙찰률은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옥션이 이례적으로 아트바젤 홍콩과 맞물려 글로벌 수요를 유치하며 2년 만에 100억원 넘는 낙찰총액을 기록했지만 4월 양대 옥션 결과를 보면 희망을 품기는 일러 보인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금 이 시기를 '다음 붐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컬렉터들은 시장과 작가에 대한 깊이 있는 스터디를 하는 기간이다. 업자들은 새 수요를 이끌 작가들을 더 면밀히 모색하는 시간이다. 분명한 건 그늘 속에서도 꾸준히 자기 작업을 하는 작가와 그 작품을 소개, 유통하는 갤러리, 경매사들이 있다는 점이다.

다시 올 호황기의 시작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는 모른다. 경매가 끝난 직후 이 부회장은 기자에게 "오늘 경매 결과는 비록 저조했지만 우리 직원들은 한마음이 됐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작 지점을 열어줄 마중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 부회장이 말한 '한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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