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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기관 톺아보기]5년 만에 이익낸 '예술의 전당', 예술사업 비중은 '뚝'①[사업구조 및 운영성과]총지출에서 12.9% 불과, 경상비 급증 영향…올해 미술·교육사업 확대 전망

고진영 기자공개 2024-05-10 11:10:34

[편집자주]

공공극장은 공간을 넘어서는 가치를 지닌다. 창조의 장이자 공연 문화의 산실이다. 국내 첫 국립국장은 1950년 부민관에서 개관했다. 이후 뚜렷한 거처 없이 피난지였던 대구 문화극장, 명동 시공관 등을 전전하다 1973년 남산 기슭에서 새로 문을 연다. 문화예술진흥법이 막 제정되면서 문화정책 기틀이 자리잡았던 때다. 그리고 1978년 세종문화회관이 설립. 1988년엔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신(新) 국립극장'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의 전당이 만들어졌다. 이제 70년의 역사를 지난 공공극장의 현재는 어떨까.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3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술의 전당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1988년 문을 연 이래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극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급여를 주기 힘들 정도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작년엔 수년 만의 흑자를 내며 회복 추세에 들어섰다.

다만 근본이라 해야 할 순수 예술사업은 기를 펴지 못한지 꽤 됐다. 국고 지원이 부족한 와중에 돈이 잘 안벌리는 사업이다 보니 재정적 어려움에 밀렸다. 올해는 미술, 교육사업을 중심으로 다시 예술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정 자립도'의 딜레마

예술의 전당은 2018년 공익법인회계기준을 적용한 이래 매년 적자가 이어져왔다. 2018년부터 5년간 누적된 사업적자는 291억원을 넘는다. 연도별 손실 규모를 보면 2020년 136억원까지 확대, 이듬해 40억원 정도로 줄었다가 2022년 52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예술의 전당 전경

인건비와 사무비 등 경상운영비를 제외하면 시설 유지 및 개보수 등 공간유지에 가장 많은 돈이 나가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총지출(488억원)의 약 43%인 211억원을 경상운영비, 127억원(26%)을 공간유지비로 썼다. 특히 인건비의 경우 2018년 101억원에서 2023년 203억원으로 2배 이상 점프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83억원의 사업이익을 냈다. 총지출은 621억원, 전년 대비 100억원이상 많았는데도 사업이익이 오히려 반등했다. 엔데믹 이후 사업이 활성화된 덕분도 있지만 정부보조금으로 세금 지출을 메운 영향도 있다.

예술의 전당 수입은 정부보조금과 사업수입, 부대수입 등으로 이뤄진다. 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관, 임대, 주차, 교육, 예술사업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2023년의 경우 324억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그간 100억~ 200억원대에서 보조금이 책정됐는데 예년보다 대폭 늘었다.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지난해 제산세, 종부세 등 경상비 특이 소요가 있어서 보조금 예산을 높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일회적 요인을 감안해도 예술의 전당은 최근 몇 년간 재정 자립도가 빠르게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만 해도 전체 수입에서 정보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52%로 절반을 넘겼다. 같은 기간 70%를 웃돌던 재정 자립도 역시 48%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해외의 다른 공공극장들과 비교하면 예술의 전당은 여전히 재정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자립도를 요구받고 있다는 평이다. 일본 신국립국장은 연간 예산의 약 70%, 독일의 주요 오페라하우스들은 평균적으로 약 80%를 공적 지원으로 채우고 있다. 예술의 전당은 공적 보조가 부족하다 보니 공공성 강한 예술사업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지 좋은 대관사업…'만년 적자' 오페라·서예

실제로 예술의 전당 사업 중에서 가장 수지가 좋은 사업은 대관사업이다. 지난해 대관사업으로 나간 돈은 25억원, 벌어들인 돈은 114억원이다. 수입이 지출을 훌쩍 상회한다. 반면 예술사업의 경우 종종 적자가 난다.

특히 순수 예술성이 강한 오페라하우스 기획이나 서예사업은 근 5년래 이익을 낸 적이 전무하다. 작년의 경우 오페라하우스 기획과 관련한 지출은 31억원, 수입은 그보다 8억원 적은 23억원을 기록했다. 또 서예사업에선 9000만원을 들였는데 고작 44만원을 벌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이렇다 보니 예술사업에 할당되는 비용은 갈수록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2017년 예술의 전당이 수지차 보전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일시적으로 예술사업 비중이 늘긴 했으나 이후 다시 축소되고 있다. 수치차 보전기관이란 지출예산 총액에서 기관 운영으로 발생하는 자체수입예산을 차감한 나머지 부분을 정부에서 지원받는 곳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만 생각하면 대관사업을 확대하고 오페라나 발레, 전시같은 예술 기획은 줄이는 게 맞지만 이 경우 공공극장인 예술의 극장 설립 의도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예술의 전당 예술사업은 오페라하우스 및 음악당 기획으로 이뤄진 공연사업, 미술이나 서예 등을 전시하는 전시사업, 그리고 교육사업으로 구성된다. 지난해의 경우 총지출에서 예술사업비 몫이 12.9%에 그쳤다. 코로나19로 공연이나 전시가 힘들었던 2020년(9.5%)을 제외하면 최근 10년래 최저 수치다.

◇올해 목표는…'예술사업 비중 19%'

다만 예술사업비 규모만 따지면 2022년 65억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엔 다시 8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출 자체는 늘었으나 경상비가 크게 확대되면서 예술사업비 비중 감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올해 예산 계획을 봐도 예술사업에 다시 힘을 싣는 기조가 엿보인다.

예술의 전당은 올해 예술사업비 예산으로 108억원을 할당했다. 전년 대비 30억원 가까이 많고 총지출(565억원)의 19.1% 수준이다. 계획대로 집행된다면 예술사업비 비중은 지난해보다 6%포인트 이상 높아질 수 있다.


세부적으로 오페라하우스와 음악당 등 공연사업비 예산은 지난해 지출과 비교해 65억원에서 76억원으로 소소하게 늘렸다. 눈에 띄게 규모를 확대한 부분은 전시사업 중 미술사업, 그리고 교육사업이다.

미술사업의 경우 지난해 5억원 상당을 지출했는데 올해는 약 11억원을 예산으로 잡았다. 교육사업 역시 2023년 지출(9억5000만원)의 두 배를 넘는 20억원이 할당됐다. 예술의 전당은 최근 음악 영재 아카데미를 새로 개설해서 리모델링 하는 등 교육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장형준 사장이 교육 분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2020년~2021년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예술사업 비중이 줄어든 경향이 있다"며 "미술이나 전시 등 순수 예술사업은 수익성을 중심으로 기획하진 않지만 티켓이나 협찬수입으로 적자를 메우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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