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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성공기]현대차 계승한 제네시스 '빨리보다는 완벽하게'②'기존과 단절' 렉서스 공식 깼다...BH 출시 7년 뒤 브랜드 독립

조은아 기자공개 2024-05-28 11:10:53

[편집자주]

2015년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은 6년 만에 국내 공식 무대에 등장해 제네시스 출범을 직접 알렸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로 통하던 현대차의 승부수였다.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에 그쳤다. 안방을 넘어 해외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키우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벨이 제네시스가 시장에 안착한 요인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0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렉서스가 토요타와의 완전한 단절을 선택했다면 현대차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기존 현대차에서 쓰던 모델명을 고급차 브랜드로 그대로 가져왔다. 1~2세대 제네시스가 성과를 거뒀기에 가능했던 승부수였다. 비용과 시간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한 '고육지책'의 성격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론 성공했다.

6년, 1조1700억원. 35년 전 토요타가 렉서스를 선보이기까지 투입한 시간과 비용이다. 현대차는 1세대 제네시스를 개발하기까지 4년간 5000억원을 투입했다. 현대차가 처음부터 제네시스를 브랜드로 선보였다면 토요타 이상의 시간과 비용 투입이 불가피했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지금만큼의 성공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토요타와 거리둔 렉서스, 현대차 계승한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초창기부터 렉서스와 자주 비교됐다. 역사가 비교적 짧다는 점, 기존 대중 자동차 회사에서 따로 만든 고급차 브랜드라는 점 등의 공통점 때문이다.

렉서스를 비롯한 일본의 고급차 브랜드들은 모두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등장했다. 혼다가 1986년 아큐라를 내놨고, 1989년 토요타와 닛산이 각각 렉서스와 인피니티를 선보였다. 같은 시기, 같은 곳에서 탄생한 데서 엿볼 수 있듯 세 브랜드의 탄생에서 시대적 배경을 떼어놓기 어렵다.

미국 정부는 1970년대 이후 일본차들이 가격을 무기로 판매를 급격하게 늘리자 일본차의 미국 수출을 제한했다. '대수' 기준이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본차 회사들이 고급차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공통점은 또 있다. 모두 기존 브랜드와 철저하게 거리를 뒀다는 점이다. 특히 렉서스의 경우 누구도 렉서스라는 차가 있는지 모르게 비밀리에 딜러를 모집했고 판매망도 철저하게 분리했다. 렉서스의 어떤 광고에서도 토요타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 토요타가 갖고 있는 장점도 많았지만 이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완전히 새롭게 판을 짰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알 수 있듯 렉서스는 대표적 성공 신화로 통한다. 지금은 위상이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벤츠, BMW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3강을 이루고 있다.

현대차는 어땠을까. 현대차는 렉서스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모델명을 그대로 쓴다는 점에서 현대차를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물론 문법을 따르지 '못한' 것도 맞다. 전성기를 구가하며 브랜드 준비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을 여유가 있던 토요타와 달리 현대차는 당시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불안했다. 브랜드 독립에 쏟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2016년 1월 11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열린 '2016 북미 국제 오토쇼'(NAIAS)에서 제네시스 G90을 공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빨리 내놓느냐, 완벽하게 내놓느냐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출시설이 처음 불거진 건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이너스티의 후속으로 개발 중이던 'BH'가 새로운 브랜드로 나올 것인지가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가 직접 새 브랜드 출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는 현대차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내수에선 거세지는 수입차 공세를 막기 위한 '한방'도 필요했다. 사실 브랜드 이미지 개선, 수익성 제고 등 여러 명분을 떠나 고급차 브랜드는 모든 자동차 회사의 숙원이기도 하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하루빨리 시장에 뛰어들어여 한다는 의견도 안팎에서 제기됐다. 실제 역사와 서사는 고급차의 가장 큰 무기다. 길면 길수록, 쌓이면 쌓일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현대차는 고급차 출시 계획을 일단 접었다. 현실적으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 이유였다. 무리하게 진출하기보다 향후 현대차 브랜드 위상이 고급차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단독 브랜드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1세대 제네시스가 첫선을 보인 뒤 브랜드로 독립하기까지는 꼬박 7년이 더 걸렸다. 그 사이 현대차는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자동차의 본질로 돌아갔다. 2세대 제네시스 개발엔 5년 동안 5000억원이 투입됐다.

최적의 타이밍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2세대 제네시스의 대대적 성공에 힘입어 자신감이 붙었다. 2013년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의 경우 한때 미국 월간 판매에서 벤츠 E클래스에 이어 판매 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에서 주춤하던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도 제네시스였다.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현대차에 대한 인식이다. 기존 현대차가 내놓을 고급차 브랜드를 놓고 의구심이 따라붙었다면 제네시스 이후론 기대해볼 법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미국에서 '올해의 차'를 비롯해 각종 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제네시스 이후부터다.

2015년 말은 마침 신형 에쿠스 출시가 예정돼 있었다. 렉서스가 첫 모델로 대형 세단 LS400을 선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차 역시 제네시스의 첫 모델로 EQ900을 선보였다. 회사의 모든 역량을 한 데 모은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기에 최적의 차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왼쪽)과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2015년 12월 9일 제네시스 EQ900 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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