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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중견화학사의 공통점 [thebell note]

정명섭 기자공개 2024-05-27 08:05:07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은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은 예기치 않게 닥치는 역경과 시련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마음의 근력이다. 연세대 교수인 저자는 사업 실패와 장애 등의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이 견고한 회복탄력성을 지녔음을 뇌파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는 '강점에 집중하기'다. 노벨상 수상자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기보다 잘하는 일을 발견하고 강점을 발휘하며 살아간 사람들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 경쟁사들의 성장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같은 대기업마저 수천억원대 손실을 내고 있다. 중견화학사들도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건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곳이 있는가 하면 꾸준히 두 자릿수의 이익률을 기록하는 기업도 있다. 대체로 재무체력도 탄탄했다. 업황 저하는 우리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듯했다.

공통점은 특정 분야에서 확고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중소기업이 진입하기에는 장벽이 높고 대기업이 영위하기에는 시장 크기가 다소 아쉬운 분야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TKG태광 계열 중견화학사 TKG휴켐스의 국내 질산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임직원은 291명에 불과하지만 연매출은 1조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상회한다. 질산은 무색의 액체로 산화력이 강한 위험물질이라 취급이 어렵고 초기 설비 투자비가 많이 들다 보니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렵다.

폴리우레탄의 주원료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을 생산하는 KPX케미칼은 SK피유코어(작년 10월 글랜우드PE에 매각)와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PPG의 경우 고객사 요청에 맞게 제품을 만드는 다품종소량생산 비즈니스라 업력이 없는 사업자가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KPX케미칼은 업황 둔화가 시작된 2021년에 4%대였던 영업이익률이 작년에 6%대까지 올랐다.

계면활성제를 생산하는 그린케미칼도 과점적 시장 지위 덕분에 다년간 연매출 2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이익도 꾸준히 냈다. 동성케미컬은 LNG 운반선용 초저온 보냉재 부문 강자인 계열사 동성화인텍 덕에 작년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지분구조 최정점에 오너가의 비상장사가 있다는 점도 닮았다. 경영권 승계 작업 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하려는 포석이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기에는 권력이 사측에 과도하게 쏠려있는 구조도 유사하다. 이 또한 (최대주주 입장에서) 강점이라면 강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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