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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태성, 국내 첫 '복합동박' 설비 "배터리 원가 30% 절감"김종학 대표 "중국 비롯 일본·국내업체 납품 논의"

청주(충북)=성상우 기자공개 2024-05-29 06:05:40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9일 0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 얇은 막 안에 하얀 페트(PET) 필름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필름 표면에 아주 얇게 동으로 도금 처리가 되는 거죠. 이게 하나씩 더해지면서 두께가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2차전지에 들어가는 기존 동박과 동일하게 음극 집전체로 쓰이는데 저희 제품이 훨씬 가볍죠.”

폭 4.6m에 높이는 1.8m, 총 길이 27m로 구축된 생산 라인이다. 디귿자 모양의 라인 입구를 따라 후반부로 가니 황금색의 얇은 비닐막 형태 제품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구리가 녹아있는 황산구리액을 흘려보내면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페트 필름에 동을 입혀주는 작업이다.

태성 복합동박 생산라인

라인을 따라 3~4분을 걸어 도달한 끝 부분에서 완제품이 나왔다. 손으로 만져보니 일반 비닐막처럼 얇으면서도 탄력감있는 소재다. 4.5마이크로미터(㎛) 두께 필름의 아래, 위로 각각 1㎛의 구리를 입혀 6.5㎛ 두께와 1.1m 폭으로 구현했다.

시장에선 ‘복합동박’으로 칭하는 제품이다. 기존 동박은 구리로만 이뤄져 있지만 복합동박은 필름막의 양쪽 표면에 구리를 도금 처리해 배터리 내에서 음극재로서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지난 27일 찾은 충북 청원군 옥산면의 공장에서 코스닥 상장사 태성이 복합동박 제품을 만들어내는 설비를 처음 공개했다. 기존의 동박을 대체할 수 있는 더 가볍고 저렴한 소재로 복합동박이 거론된지 조금 됐지만 제조 설비 완제품이 국내에서 시현된 건 처음이다. 중국에선 국내보다 조금 앞서 현지 업체들의 장비 개발이 이뤄졌지만 불량률 등의 문제로 아직 양산 체제로 넘어가지 못했다.

이날 만난 생산라인 총괄책임자 김규문 태성 신사업본부장은 “겉으로 보기엔 기존 동박과 똑같지만 저희는 중간에 필름을 넣었기 때문에 훨씬 가볍다”면서 “가벼운 게 왜 중요하냐면 실질적으로 (음극재를) 더 많이 고밀도로 올릴 수 있으면서도 필름 타입이기 때문에 찢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극재 코팅을 할 때 (동박을) 꽉 눌러주는 과정이 있는데 기존 동박은 잘 찢어지니까 많이 올릴 수가 없는데, 안에 필름이 들어간 복합동박은 양쪽에서 당겨도 찢어지지 않는 인장강도 덕분에 더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고밀도 음극재가 구현되면 기본적으로 배터리 수명과 주행 가능거리 등에서 성능이 훨씬 높게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넓은 폭에서도 일정 장력이 유지되는 균일한 표면의 동박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이날 태성이 공개한 장비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다. 일부 중국 업체에서 복합동박 제조 설비를 구현했지만 장력이 일정치 않고 표면에 균열 생기는 현상이 발견된 바 있다. 이는 추후 화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배터리 결함으로 이어진다.

복합동박 완제품이 나오는 모습

가벼운 동박은 확장성 측면에서도 기존 동박보다 유리하다. 도심항공교통(UAM) 시대가 열릴 경우 공중을 주행하는 운송 수단에 탑재되는 배터리 무게가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벼운 복합동박의 가치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라인을 살펴본 후 만난 김종학 대표이사는 “중국 대기업을 비롯해 여러 업체들과 지난달부터 연이어 미팅을 하고 있다"면서 "다음 달 초 잡혀있는 일본 업체 미팅까지 끝낸 뒤에 최종 (납품)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성의 이번 복합동박 제조 설비는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개발에 나선 제품이다. 배터리 제조 트렌드가 종국적으로 복합동박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 본 회사가 자국과 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조 설비를 개발해 줄 수 있는 곳을 찾던 차에 태성과 연결이 됐다. 태성은 기존 사업인 PCB 사업에서 이미 자체 동 도금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동 도금 기술을 더 사업성이 큰 2차 전지 부문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게 이 사업의 시작이다.

의뢰를 맡긴 C사를 비롯해 다수의 중국 업체들과 납품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본의 대형 배터리 업체와도 최근 논의를 시작했다. 복합동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국내 배터리·동박 업체들과도 하나둘씩 연결이 되고 있다. 다각도로 협의를 한 뒤 납품 규모와 기술 유출 방지 가능성, 신뢰도, 사업적 시너지 등을 고려해 최적 파트너를 선정하겠다는 속내다.
김종학 태성 대표이사
설비 한 대당 판매가는 400만달러(약 54억원)로 책정했다. 현재 구축돼 있는 캐파(Capacity)를 감안하면 한 달에 4대씩, 1년에 총 48대 공급이 가능하다. 풀 캐파 가동 시 연간 최소 25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한 구조다. 김 대표는 첫 공급 계약으로 풀 캐파를 커버할 수 있는 최소 수십대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경우 20~30% 이상의 마진율이 무난할 것이란 자체 분석이다.

김 대표는 “배터리·동박 업체 입장에선 (태성 설비를 쓸 경우) 원재료인 구리 사용량이 55%까지 절감되고 제조 공정 상의 전기 사용량도 상당히 줄어든다. 배터리 제조 원가 측면에선 30%대의 절감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면서 “중장기적으론 설비 공급 뿐 아니라 소재(동박) 생산 사업까지 확장하는 쪽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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