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후발주자 농협손보 키운 두 가지는⑫전국 지점 활용 꾸준히 시장 입지 확대…방카슈랑스는 양날의 검
조은아 기자공개 2025-02-10 13:17:40
[편집자주]
경쟁 심화와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 늘 그림자처럼 우려가 따라다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요인들이 중소 보험사에겐 더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생보사나 손보사 모두 '빅5'에 들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더벨이 국내 중소 보험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15시5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손해보험은 2012년 3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NH농협생명과 함께 출범했다. 자산 규모 4위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농협생명과 달리 업계 9위권이던 농협손보는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한때 업계 7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후발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중소형 보험사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농협손보가 외형을 키울 수 있던 배경엔 '방카 25%룰'이 있다. 방카슈랑스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지만 농협손보에게만큼은 여전히 절대적 채널이다. 문제는 높은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결국 양날이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농협손보 키운 방카룰·농작물재배보험
다른 중소형 보험사와 차별화되는 농협손보만의 장점은 전국에 위치한 지점이다. 농협손보는 전국에 있는 농·축협 조합(지점 약 4000개)을 영업 기반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당 지점 대부분은 방카슈랑스 규제 적용을 유예받았다.
방카슈랑스 규제는 은행 창구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이밖에 점포당 보험판매인 2명 이하, 아웃바운드(점포 밖)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경우 2012년 출범 당시 시장 안착과 지역 농민에 대한 금융지원을 위해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인 농·축협은 5년간 방카슈랑스 규제 적용을 유예하는 혜택을 받았다. 이후 2017년과 2022년 연장돼 현재는 2027년까지 적용을 유예받은 상태다.
농협손보의 또다른 차별화 지점은 농작물재해보험이다. 농협손보는 다른 손보사와 달리 농작물재해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경쟁이 없는 시장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은 국내 주요 농작물에 대해 태풍 등 자연재해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어 실제 농가의 보험료 납입부담이 적은 편이다. 손해율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재보험이 적용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구조를 갖추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농협손보 전체 원수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농협손보의 농작물재해보험 원수보험료는 2019년 6180억원에서 2023년 1조1357억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이 기간 농협손보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농작물보험 원수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19.1%에서 26.8%로 7.7%포인트 높아졌다.

◇높은 의존도, '양날의 검' 될 수도
다만 두 가지 장점 모두 농협손보에게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특히 높은 방카슈랑스 의존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는 농·축협이 점차 늘어나 유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유예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2027년 3월까지인데 다시 연장될지는 미지수다.
자산총액 2조원을 넘어 규제 대상에 오른 농·축협 지점은 2023년까지만 해도 22곳이었으나 2035년 말에는 136곳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농·축협 방카슈랑스 규제 대폭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방카슈랑스 규제가 유예되지 않을 경우 지역 농·축협의 보험수수료와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하게도 농·축협을 주요 판매 채널로 이용하는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농협손보의 방카슈랑스 매출 비중은 한때 90%를 넘었고 현재도 80%를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손보는 방카슈랑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설계사, 텔레마케팅, 대리점 등의 채널 다각화를 통해 영업 기반을 확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방카슈랑스 규제를 기존 25%에서 50%, 조건에 따라 75%까지 높이기로 결정하면서 농협손보 역시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 적용 유예가 2027년 끝난다고 해도 타격이 덜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농작물재해보험 비중이 높은 점도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폭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되면서 농가 피해가 급증했고 고스란히 보험금 지급 증가로 이어졌다.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지난해 상반기 농협손보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08억원 줄어든 1205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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