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07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의 지난 10년은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전례 없는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기간으로 여겨진다. 공교롭게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맡은 시점과 맞물린다.이렇게만 보면 이 회장이 삼성을 망친 것처럼 보여진다. 실제로 이 회장이 제역할을 못했다는 의견도 적잖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성적을 매긴다면 이 회장이 억울하지 않을까.
이번 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상고를 검토 중이나 3심으로 가더라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작다는 게 중론이다.
재판이 이어진 3000여일 동안 이 회장은 법원을 들락날락하고 옥살이까지 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나날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은 삼성 오너로서 책임감과 자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강한 리더십을 보였던 고 이건희 선대회장과 많이 비교당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사실상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고 본다. 비로소 이 회장이 총수로 활약할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았다는 분석이다. 바야흐로 '이재용 2.0 시대'다. 판결 직후 이 회장 행보에 이목이 쏠린 배경이다.
선고일 다음 날 이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과 회동했다. 초대형 AI 프로젝트의 초기 논의 수준이지만 잘 풀린다면 다가올 삼성의 10년을 결정지을 만큼 파급력이 있는 사안이다. 법적 족쇄를 푼 뒤 첫 일정이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있다.
이후 이 회장은 해외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지는 다양하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한 미국,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중동, 삼성의 글로벌 생산거점인 동남아 등이다. 순서나 시점과 무관하게 순차적으로 방문할 것이 유력하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등기이사 복귀 여부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2019년 10월 임기 만료 이후 미등기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그간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다수였다. 이번 판결로 이달 말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책임을 피할 명분이 없는 이 회장과 일맥상통하다. 진정한 '이재용의 시간'을 맞은 삼성의 앞으로 10년은 어떨까. 새로운 10년과 잃어버린 20년의 기로에 서 있다. 일단 이 회장의 첫걸음은 '뉴삼성'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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