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실트론 매각 추진 배경 '오너 지분 탓' 최태원 회장, TRS 방식 간접보유·IPO 쉽지 않아…업계 생태계 영향 촉각
김경태 기자공개 2025-04-09 08:54:12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19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결국 SK실트론 매각에 나섰다. 애초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크게 봤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속됐다. 지분구조 탓이다.최태원 회장 몫으로 있는 지분을 IPO 과정에 구주 매출할 경우 잡음이 우려됐다. 매각을 통해 사모투자펀드(PEF)가 1대주주로 올라서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추후 엑시트(Exit)에 따른 잡음을 덜어낼 수 있는 지배구조가 된다.
이런 가운데 SK실트론이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시장의 5대 주요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업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다만 최 회장이 지속적으로 지분을 보유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업계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보유 지분 매각 거론, 최태원 회장 엑시트 부담 경감
8일 투자 및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는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 70.6%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복수의 PEF 운용사 위주로 매각 협상을 이어왔고 현재 한앤컴퍼니가 인수자로 유력한 상태다.
SK실트론은 옛 LG실트론이다. SK㈜는 2017년 LG실트론 지분 51%와 재무적투자자(FI) 지분 19.6%를 7900억원에 인수했다. 나머지 지분 29.4%는 최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간접 보유하고 있다.
SK실트론은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고성장세를 이어갔고 단 한번도 적자를 나타내지 않았은 알짜 계열사다. 작년 연결 매출은 2조1268억원, 영업이익은 3155억원으로 모두 2023년보다 성장했다.
SK그룹의 반도체사업 수직계열화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소재기업이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매각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의 IPO나 매각 모두 고차방정식으로 평가했다. 우선 IPO를 진행할 때 그룹 오너인 최 회장의 일부 또는 전부 구주매출이 동반되면 순조로운 절차 진행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각 역시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TRS 방식으로 간접 보유하고 있다. 지분을 외부에 팔더라도 양도소득세 등의 부담을 고려하면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최근 논의 중인 매각 거래에서도 최 회장의 지분은 일단 제외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PEF 운용사가 최대주주에 올라 주도적으로 IPO를 추진하거나 대규모 배당 등으로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 최 회장으로서는 그룹 지주사인 SK㈜가 1대주주일 때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다.
◇SK실트론 국내 유일 웨이퍼 업체, 업계 영향 주목
SK실트론은 글로벌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해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SK실트론은 일본의 신에츠(Shin-Etsu)와 섬코(Sumco), 독일의 실트로닉(Siltronic),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GlobalWafers)와 함께 시장의 90% 안팎을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반도체 메이커의 공급망 다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실제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역시 수급처 다변화를 유지하기 위해 SK실트론과의 거래를 해왔다. SK실트론의 주요 매출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업체와 인텔, TSMC 등도 포함된다.
SK실트론의 최대주주가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가면 국내 주요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의 실리콘 웨이퍼 공급망이 흔들리고 경쟁력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다만 최 회장이 지분을 유지하고 PEF 운용사가 인수 직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되는 한앤컴퍼니와 SK그룹이 강한 신뢰를 구축한 점도 긍정적이다. 한앤컴퍼니는 한상원(Scott Sang-Won Hahn) 사장이 창업한 PEF 운용사다.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더불어 국내에서 활동하는 PEF 중 톱티어로 분류된다.
한앤컴퍼니는 SK그룹과 10건에 육박하는 딜을 하며 밀월 관계를 이어왔다. SK디앤디, 케이카, SK해운, SK에코프라임, SK마이크로웍스, 솔믹스, SK스페셜티 등이 서로 거래 상대방으로 만난 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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