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02일 10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885년에 네덜란드 식민지 인도네시아(동인도) 수마트라의 한 마을에서 담배 농사를 짓던 농부가 유정을 발견했다. 그리고 1890년에 로열더치(Royal Dutch Petroleum)가 설립되었다. 1907년 셸(Shell Transport and Trading Company)과 60:40 비율로 협약(Equalisation Agreement)을 체결해 로열더치/셸이 되었다가 다시 로열더치셸이 되었고 지금은 그냥 셸(Shell plc)이다. 셸은 1897년에 런던에서 설립되었던 회사인데 창업자들의 부친이 운영하던 어패류 수입업체를 인수해서 재편했다. 셸의 로고인 조개 모양이 여기서 온 것이다.1907년의 결합은 합병이 아니지만 합병과 유사한 경제적 효과를 내기 위한 구조였다. 두 회사가 그렇게 힘을 합쳤던 이유는 당시 스탠더드 오일과의 경쟁 때문이다. 로열더치/셸 같은 기업구조를 Dual Listed Company Structure (DLC)라고 한다. 법률적인 독립성을 유지하되 사업적으로는 한 회사로 운영되는 것이다. 즉, 합작투자를 양 회사 사업 전체에 걸쳐서 하는 것과 같다. 국적이 다른 회사 간의 합병이 여의치 않은 경우 많이 활용된다.
DLC 구조를 쓰면 두 회사는 각각의 국적과 증권거래소 상장을 유지하게 되므로 국적 시비가 없고 두 나라의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M&A가 아니기 때문에 M&A에 수반되는 모든 기술적 번거로움, 조세 문제가 없다. 각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스웨덴/스위스의 ABB나 호주/영국의 리오틴토, 영국/프랑스의 유로터널도 이 구조다. 호주 기업들이 특히 많이 활용한다. 이런 회사의 주식은 스테이플 주식이라고 부르고 금융은 스테이플 파이낸스라고 한다. 스테이플이기 때문에 주식의 매매는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즉, 각각 따로 매도하거나 매수할 수 없다. 그래서 상장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거래가 매우 어렵다.
두 나라에 존재하는 법인은 각자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경영하지만 그 구성원은 동일하다. 즉, 같은 사람들이 두 회사를 동시에 경영한다. 경영진과 이사회는 개별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그룹으로 볼 수 있는 두 회사 전체의 이익도 고려한다. 한쪽에 제공된 채무에 대해서는 다른 쪽이 보증을 서는 것이 원칙이다. 신용등급도 동일하다. 회사의 인수에는 동일한 조건을 양측에 제시해야 하고 양측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배구조 상 한 묶음으로 다루어진다고 해서 금융 측면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사업 내용이 다른 두 회사의 실적이 다를 수 있어서다. 그에 따라 배당도 달리 이루어지고 조세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 양 주식을 동시에 처분해야 하지만 세금은 다를 가능성이 크다.
로열더치/셸은 2005년에 이 구조를 포기하고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사를 둔 단일 회사 로열더치셸(단순히 셸로 불린다)로 재편성되었다. 2004년에 셸이 1998년 이래로 석유 매장량을 22% 정도 부풀려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미국 주주들이 증권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고 영국 정부도 회사에 제재를 가했다. 네덜란드 주주들의 98%, 영국 주주들의 96%가 재편성에 찬성했다. 주가는 다시 상승했다. DLC 구조는 두 회사가 탐색 과정을 거친 후 완전히 결합하는 데 활용하기에는 좋은 도구지만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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