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07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피알의 1분기 실적 발표는 수치 자체로 인상적이었다. 화장품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성장했고,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는 203%의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계절적 성수기였던 4분기를 뛰어넘은 실적에 시장은 화답했고 외형과 수익성 모두에서 ‘역대급’ 성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하지만 컨퍼런스콜이 본격적으로 이어지자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증권가의 질문은 단순히 화장품과 디바이스 성과를 확인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진 곳은 의외로 ‘기타 매출’이었다.
회사 측은 이 항목의 90% 이상이 B2B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단일 플랫폼이나 프로모션 중심의 매출이 아닌 글로벌 파트너사를 통한 셀인 기반 유통 매출이라는 이야기다. 1분기에만 600억원이 넘는 금액의 대부분이 도매 또는 유통 파트너를 통한 거래였다. 특히 유럽 시장은 올해 2월부터 선적이 본격화됐으며 이를 시작으로 동남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외형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에이피알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브랜드 전략, 즉 D2C 채널 중심의 구조로 평가돼 왔다. 화장품과 디바이스 모두 플랫폼 중심의 온라인 매출 비중이 높고 바이럴과 마케팅이 실적을 이끄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실적은 소비자뿐 아니라 리테일 파트너들이 에이피알 제품에 반응하고 있으며 브랜드 인지도가 유통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또한 B2B 매출은 구조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에이피알의 1분기 마케팅비는 매출 대비 18%로 전년 대비 2%포인트 감소했다. B2B 거래는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프로모션이나 광고 없이도 파트너사의 오더만으로 성과가 나기 때문에 실적 대비 비용 부담이 낮다. 안정적인 회전율과 반복 주문이 가능한 구조인 만큼 이익률은 다소 낮더라도 실적 하단을 받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에이피알이 B2B 전략을 별도의 신규 비즈니스가 아닌 기존 브랜드의 확장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디큐브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리테일 파트너에게도 제품력이 증명되고 있는 수순이다.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만들고 제품으로 수요를 유지하며, 파트너를 통해 유통이 확장되는 구조가 조금씩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에이피알의 화려한 브랜드 성장 뒤편에서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두 번째 엔진 B2B를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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