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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롯데시네마-메가박스 '오월동주'의 배경수년째 순손실에 자본잠식 리스크 상존, 합병 이후 투자유치 노력 확대

고진영 기자공개 2025-05-16 08:14:41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3일 16시0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영화산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오랜 라이벌끼리 맞손을 잡은 데는 산업 침체에 대한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극장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진 상태다.

근본적 수익성 개선 없인 탈출구가 마땅치 않은 만큼 공동경영이라는 통 큰 카드를 꺼냈다. 아직 양해각서(MOU) 단계인데 비교적 빠르게 공식 입장을 밝힌 것 역시 시장에 변화를 알리려는 뜻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더딘 수요 회복, 영구채로 자본잠식 면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의 합병은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간 지분관계 등을 고려해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거래 구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합병 이후 공동경영 형태로 상영관을 통합 운영하고 각각의 투자배급 브랜드 부문도 합치게 될 전망이다. 영화산업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경쟁이 이어지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를 포함한 국내 상영관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관람객 수요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2020년 2억2700만명에 달했던 국내 관람객 수는 지난해 1억2300만명에 그쳤다. 극장매출 축소는 재무구조에도 직격타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팬데믹 여파가 한창이던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신종발행증권을 매년 찍어왔다. 차환 발행을 포함해 8차례에 거쳐 5200억원을 조달했다. 코로나 이전 5000억원을 넘었던 순자산이 매년 줄어들면서 자본 확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3년엔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는데도 완전자본잠식을 피하지 못했다. 기존 영구채 1400억원을 상환하니 순손실로 발생한 자본의 공백을 채워넣을 여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그 해 롯데컬처웍스의 연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11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을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했다. 모회사 롯데쇼핑의 자금보충 덕분에 대규모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다. 영구채를 넘겨받은 '모멘텀 제1차'라는 유동화 회사가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유통하고 롯데쇼핑이 자금보충약정을 섰다. 롯데컬처웍스 자력 조달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순차입금을 보면 5424억원(리스부채 포함)을 기록했다. 하지만 남아있는 영구채 잔액이 3500원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9000억원에 가까운 부담을 지고 있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1000억원 수준이니 9년 벌이를 고스란히 써야 갚을 수 있는 규모다.

사실상의 자본잠식을 영구채로 피하고 있는 것은 메가박스도 마찬가지다. 메가박스는 2021년 총 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당시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자본이 바닥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2023년 7월엔 모회사 콘텐트리중앙이 플레이타임 지분 100%를 메가박스에 현물출자하면서 자본이 확충되는 효과를 봤다.

덕분에 2023년 말 자기자본은 1628억원으로 확대됐지만 2024년 말 기준 다시 1076억원으로 줄었다. 적자가 계속된 영향이다. 게다가 자기자본 중 779억원은 영구채로 이뤄져 있다. 이 영구채를 부채로 분류할 경우 부채비율은 기존 857%에서 3363%로 급등한다.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지난달엔 한국기업평가가 메가박스 신용등급 전망을 BBB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직접 금융을 통한 조달은 현실적으로 힘들어진 셈이다.

조달창구가 좁아지자 메가박스는 최근 집중적으로 계열사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계열사에 단기대여했던 570억원을 올 초 전부 회수했고, 이달 8일까지 콘텐트리중앙과 중앙홀딩스 등으로부터 7차례에 걸쳐 1960억원을 끌어왔다. 지원은 자금차입이나 채권매도 형식으로 이뤄졌다.


◇개별 생존시도 중과부적, 변화 위한 결단

문제는 수익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는 점이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로 연속 6년째, 메가박스는 4년째 내리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순손실 규모는 각각 511억원, 520억원이다. 롯데컬처웍스(673억원)와 메가박스(1076억원)의 2024년 말 자기자본을 감안할 경우 작년 수준의 순손실이 계속되면 2~3년내 자본잠식이 또 찾아올 수 있다.

결국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는 뜻인데, 차환 부담 등을 고려하면 신종자본증권의 확대 발행이나 계열사 지원에만 기대기엔 한계가 있다. 양측이 합병을 감행한 배경으로 짐작된다. 시장점유율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출혈 경쟁은 오히려 수익성에 부담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비용절감, 시너지 확대를 통한 손익 개선과 함께 외부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영화산업이 위축되다 보니 두 회사가 각각 개별적으로 투자유치와 시설운영 등을 지속하는 게 중과부적이었던 상황"이라며 "사업에 활기를 넣으려면 새로운 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합병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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