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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블록딜 '11월30일'에 얽힌 사연 연내 계열사 증자 일정 마지노선에 최종 결심..12월초 美출국도 영향

문병선 기자공개 2011-11-30 15:10:13

이 기사는 2011년 11월 30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들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블록딜로 모두 처분했다. 처분 가격은 최근 7개월새 가장 낮은 가격대인 15만원대다. 올 한해 최고가(25만원대)를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 가격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박 회장은 굳이 왜 주가가 가장 낮았던 이날을 블록딜 날짜로 정한 것일까.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와 함께 이날 단행된 블록딜로 약 4090억여원을 손에 쥐게 됐으나, 금호석화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했을 때의 기대 수입(6500억여원)보다 36% 가량 적은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세금 등을 제외하면 총 자금은 3500억원로 더 줄게 돼 유동성이 목마른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 회장은 11월30일 이후로 블록딜 일정을 넘기기 어려웠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서 고려점은 금호산업의 유상증자 일정이다.

보통 유상증자는 빠르면 20일 가량 소요된다. 금호산업은 연내 자본잠식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 이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박 회장은 11월말, 늦어도 12월초까지 금호산업 유증 참여 대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으로 압박을 받았고 이는 그의 보폭과 여유를 제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연내 자본확충을 하지 못하면 2011년 감사보고서상 자본잠식이 굳어지게 된다"며 "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채권단 입장에서나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 신뢰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어서 꺼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밴드 하단임에도 불구하고 더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각 계획이 노출되면서 10월말 반짝하던 금호석유화학주가는 이내 약 한달간 미끄럼을 탔고 주가가 더 올라주길 바라는 박 회장측 기대와 달리 29일까지도 주가 회복은 요원했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상황에서 더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이날을 지분매각 기일로 최종 결정했다는 관측이다.

이 밖에 박 회장 개인적인 일정도 어느 정도 감안된 날짜라는 관측도 있다. 박 회장은 12월1일 또는 2일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타이어 현지 방문차 미국 순회에 오른다. 연세대학교 미주지역 총동문회 방문 일정도 포함돼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올해 일본과 베트남 등을 방문했던 것처럼 미국 지역도 그룹 계열사 방문차 일정이 잡혀 있으나 이번 블록딜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정의 마지노선을 이날로 택한 이유의 한 켠엔 이번 일정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상황과 달리 결과적으로 타이밍의 '실기'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사실 금호아시아나그룹 안팎에서는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올해 7월 25만원대에 육박하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이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에서도 어차피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당시 시점에서 지분을 처분하는게 좋을 거 같다는 권고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대한통운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계열분리나 금호산업 자본확충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던 시점이어서 결정을 주저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화학업종의 주가 추이는 그 당시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음을 암시했다"며 "그때가 최고점이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박 회장 입장에서 결국 부(富)의 감소로 나타났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취득해 간 국내외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어부지리'를 얻게 되는 횡재로 작용했다. 30일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장중 17만6500원선으로 전일대비 6% 가량 급등했다. 이 주가는 블록딜 가격(15만4000원)보다 무려 14.6% 높은 가격이다. 블록딜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취득한 기관투자가는 하루만에 높은 차익을 남기게 된 셈이다.

타이밍과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7월만 하더라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십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기 전이었다"며 "지금이야 금호산업 유증에 참여하고 그룹의 실질적 오너로 복귀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으나 그 당시만해도 이런 구도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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