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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금호산업·타이어에 웬 재무약정? 강도높은 워크아웃 2년전부터 착수..'부실방지' 재무약정 취지 안맞아

문병선 기자공개 2012-06-15 15:27:59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5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가 속해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기한이 만료된 재무구조개선약정(이하 재무약정)을 3년 더 연장하는 계약을 주채권은행과 체결했다. 이로써 모두 6개(동부, 한진, 금호아시아나, 성동조선해양, 대한전선, STX) 주채무계열이 올해 재무약정을 맺었다.

그런데 이 중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약정 체결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그룹과 달리 금호는 재무약정을 통한 구조조정에 실패해 이미 워크아웃 등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동부나 한진, 대한전선 그리고 STX 등은 금호처럼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미리 은행과 자구차원에서 재무재선을 꾀하는 그룹이다. 그래서 '재무약정'이라는 틀로 금호와 함께 엮어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아 2010년초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때 아닌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 제도 중 하나인 재무약정을 주채권은행과 체결했다. 계열사 중 한 곳인 금호석유화학은 계열분리가 진행 중이고 우량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약정 체결 대상에서 빠졌다. 나머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 역시 재무약정을 체결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모두 대상에 포함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의 경우 현재 더 센 법을 적용받아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부실화의 사전 방지가 목적인 재무약정을 또 체결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형식적으로 체결했던지 아니면 기계적으로 체결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업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번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불필요한 재무약정을 체결하게 된 까닭에는 숨겨진 배경이 따로 있었다기 보다 약정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9년 6월 이 약정을 3년 기한으로 체결했고 올해 5월로 이 기한이 만료됐다. 그런데 재무구조개선 목적의 재무약정의 기한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정상화는 아직 달성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담당자들은 약정을 연장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해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는 해석이다. 금호의 한 관계자는 "재무약정의 의미가 없어 단순한 절차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이런 불필요한 약정을 체결하지 않아도 됐었던 것이다. 재무약정 제도란 부실을 미연에 방지하고 선제적 의미의 구조조정을 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고 금호는 이미 선제적 구조조정에 실패해 사실상 약정은 용도폐기됐다고 봐야한다. 대신 금호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에 따라 재무구조를 개선해가고 있다.

물론 더 센 법의 적용을 받아 강력한 구조조정에 들어간 그룹일 지라도 재무약정을 체결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꾀한다는 확약서를 작성할 때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워크아웃 협약서나 자율협약서에 따르기로 명시한 후 대표이사가 도장을 찍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무약정 제도의 취지와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원칙의 훼손'과 '규제의 남용' 사례로 비춰질 수 있다.

은행 역시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르다보니 절차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입장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재무약정 체결 절차는 이렇다. 은행업 감독규정 및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정해져 있다. 금감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과 금융권 신용공여액 규모를 참고해 해마다 4월 '주채무계열'을 선정한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는 그룹들은 그해 5월까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위험 평가를 받는다. 주채권은행은 계량적·비계량적 평가 기준에 따라 부실징후가 엿보이는 그룹을 뽑고 해당 그룹과 협의한 후 재무약정을 체결한다.

금감원은 실제 지난 4월 34개 주채무계열로 선정된 그룹을 발표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 중 13번째로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많은 주채무계열로 선정됐다. 그래서 산업은행은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위험 평가를 했고 기준 점수에 미달하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무약정 체결 대상으로 올린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정과 절차가 정해져 있는데 안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재무약정은 은행과 기업간의 자율 영역"이라며 "감독원이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기계적으로 절차에 따르다보니 지금과 같은 이상한 상황이 오게 됐다는 것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툴이 없었다"며 "주채무계열이 정해져 내려오고 정해진 절차가 있어 그대로 해야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당국이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은행권의 기류다.

은행업 감독 규정에도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조항이 마련돼 있다. 은행업 감독규정 제8장 '신용위험 관리' 제79조(주채무계열)에는 "감독원장은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체 중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 협약 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개시한 경우 해당 계열 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하지 않거나 주채무계열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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