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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채권은행 갈등…경영진은 '불구경' 경영정상화 놓고 우리·산업銀 반목에 경영진 무대응…"누구 회산지 모르겠다"

문병선 기자공개 2012-10-08 15:12:46

이 기사는 2012년 10월 08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방법론을 놓고 수개월째 대립하고 있으나, 정작 목이 바짝 타야 할 회사 경영진은 무관심 내지 무대응으로 일관해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은 갈등하고 경영진이 수수방관하면, 금호산업은 연말 유동성 부족으로 정상화에 애를 먹게 되고 자본잠식 문제를 풀 묘수를 찾지 못하게 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8일 금융권 및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약 2주 전 우리은행이 90여개 채권금융회사에 서면결의를 요청한 '금호산업 부천 중동 PF 사업장 처리' 안건이 채권단 동의율 75%를 넘기지 못해 사실상 부결됐다.

쟁점이 된 안건은 부천 중동 사업장 직접공사비 지급 기준일 설정에 따른 영향과 지급된 공사비의 사용 제한 가능성 등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천 지역 주상복합 리첸시아가 분양되면 그 분양대금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가르는 안건이다. 산업은행은 "부의된 안건이 채택되면 금호산업으로 공사비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우리은행의 PF 여신만 회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금호산업 정상화 작업에 차질이 발생하고 향후 건설사 워크아웃 추진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전례가 될 것"이라며 전체 금호산업 채권금융회사를 상대로 반대 자료를 배포했었다.

산은 측의 이런 반대 여론 형성은 이번에 우리은행의 안건이 부결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줬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산은이 우리은행을 부도덕한 이기주의적 집단으로 몰아가면서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혜택을 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우리은행의 부의 안건대로 집행하더라도 금호산업의 정상화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산은 측의 반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두 은행의 갈등은 이번 뿐이 아니라 올해 하반기 들어 계속돼 왔다. 앞서 지난 8월 산업은행은 90여개 금호산업 채권금융회사를 모아 단독으로 채권금융기관 회의를 열었다. 주채권은행이 아닌 채권은행이 채권금융기관회의를 개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산은은 이 자리에서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와 PF사업장 관련 손실로 올해 금호산업의 영업손실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큰 데 우리은행과 농협이 이를 간과하고 PF 대출 회수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은행을 몰아 세웠다.

우리은행 측의 심기가 편할리 없다. 사석에서 산업은행이나 우리은행 측의 설전이 오고 갔다. 금호산업 정상화 방안에 대한 이견일 뿐인데도, 양측이 이렇게 기를 쓰고 갈등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애매해 질 정도로 갈등을 벌였다.

두 은행의 갈등이 첨예해지자 금융감독 당국은 '워크아웃 건설사 MOU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워크아웃에 돌입한 건설사가 분양대금을 회수할 때 PF대출을 먼저 갚을 지 아니면 회사 운영비로 먼저 쓸 지 등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중재에도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금감원이 특정 여신의 우선 순위를 강제할 권리가 없고 은행은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따라야 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두 은행 역시 당시 가이드라인에 시큰둥했었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은 이후 금호산업 경영진 퇴임 요구를 담은 제재 안건을 부의하며 다시 산업은행과 갈등을 표면화했다. 우리은행 측은 "금호산업이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약정을 불이행했으므로 상임 임원 퇴진 등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산업은행의 거센 반대 논리에 막혀 이 안건을 접었다.

두 은행은 이렇게 첨예하게 반목하고 있으나 정작 초조해야 할 금호산업 측은 되레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다는 게 일부 채권금융회사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부천 중동 사업장 부족 자금을 메우기 위해 올해 박삼구 회장 등의 증자 참여가 현실화됐는데, 정작 증자로 자금이 투입되니 산업은행 측에서는 자금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문제의 책임은 금호산업에 있는데 금호산업은 이슈에서 저 만치 물러나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채권은행 다른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은 금호산업이 큰 어려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산업은행은 부천 사업장 공사비가 금호산업으로 지급되지 않으면 금호산업이 큰 유동성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통상적인 워크아웃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거꾸로 된 주장을 두 은행이 하고 있다"며 "최종 책임은 금호산업에 있는데 금호산업의 부실 경영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목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금호산업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다. 한 핵심 관계자는 "금호산업 대표이사가 최소한 기준을 정하고 양측을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야 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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