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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투기자본 사냥감 되나 소프트뱅크, 10억 투자해 지분 49.9% 확보···"경영보다 투자차익 노린듯"

김동희 기자공개 2012-12-12 18:35:32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2일 1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46년간 지류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했던 쌍용제지가 또 다시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997년 한국 P&G에 넘어갔다가 2006년 소프트뱅크벤처스 컨소시엄(DK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인수된 지 7년만이다.

물론 아직까지 쌍용제지 주주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정리할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휴업이 잦아졌고 영업적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경영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DK코리아와 2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원가경쟁력 저하 등으로 실적이 저하되면서 회수 가능성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차입매수(LBO)방식으로 쌍용제지를 싼 값에 매입했던 터라 보유 자산만 처분해도 수백 억 원의 투자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소프트뱅크벤처스, 탐욕의 쌍용제지 인수…M&A대금의 3.3%투입

벤처캐피탈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쌍용제지를 인수하는 과정부터 수익을 노린 투자 목적이 강했다.

지난 2006년 초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부동산개발업체인 청운에셋(현 씨더블유에셋)에 명의만 빌려주고 인수대행 업무만 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한국 P&G가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자 마음을 바꾸었다. 기업실사 등을 통해 쌍용제지의 경영지표를 보니 보유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가 높아 투자 매력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인수대금 마련 등에서 의견이 맞지 않자 청운에셋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인수주체로 나섰다.

청운에셋이 바로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갔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후 지분 매입은 빠르게 진행했다. 인수 대금을 LBO방식으로 마련하며 투자금도 크게 줄였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문규학 대표는 대구 영진고등학교 동기동창인 DK코리아 이재용 대표를 끌어들였다.

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에스비크라프트라는 특수목적회사(SPC) 설립해 10억 원만을 출자했다. 전체 인수대금의 1.6%만을 납입한 것이다. 추가로 7250만 원을 투자해 쌍용제지 지분 일부를 직접 매입했다. DK코리아는 경영권을 보장받는 등의 이유로 SPC에 88억을 출자했으며 1억 7250만 원은 직접 주식을 사는데 투입했다.

모자란 인수대금은 SPC가 차입한 650억 원으로 대체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차입금을 유치하고 DK코리아는 지급보증 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후 SPC와 쌍용제지를 합병시켜 차입금 650억 원을 쌍용제지가 상환토록 했다. 이전까지 쌍용제지의 차입금은 한 푼도 없었다.

결국 소프트뱅크벤처스는 10억 7250만 원을 투자해 쌍용제지 지분 49.9%를, DK코리아는 89억 7250만 원을 넣어 5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서울고등법원은 소프트뱅크벤서츠에 "61억 3910만 원을 배상하라"며 청운에셋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향후 누릴 수 있는 투자차익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 크게 걱정 하지 않는 눈치다.

쌍용제지 공장 부지를 현재 장부가액인 1242억 원(2009년 자산재평가)에만 팔아도 소프트뱅크벤서츠는 투자금의 57.81배를, DK코리아는 6.92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프트뱅크벤처스는 DK코리아와 계약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때에는 최초 에스비크라프트에 출자한 지분 비율로 주식을 재배정하거나 무상소각해 회수금액을 분배키로 해 실제 투자금 회수규모는 8.8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 2006년 한국 P&G도 2500억 회수…소프트뱅크벤처스, 유상감자 묵인 '추정'

쌍용제지는 이미 한국 P&G가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주주로 맞이하는 과정에서도 한 차례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한국 P&G는 지난 1997년 쌍용제지를 약 730억 원에 인수해 2006년까지 10년간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그러나 지분 매각 전 쌍용공장 조치원 공장과 토지 등을 대거 매각하며 현금을 쌓아놓더니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자 곧 바로 유상감자를 진행해 1931억 원을 빼갔다.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받은 매각대금 657억 원까지 더하면 총 2588억 원을 챙겨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선협상자였던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한국 P&G의 유상감자 등을 묵인해주고 인수대금을 657억 원으로 낮췄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6월 말 기준 쌍용제지의 매출 1510억 원, 영업이익 53억 원이었다. 차입금은 없었고 현금도 1685억 원을 보유해 충분히 매각대금을 높일 수 있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2006년 LBO방식의 M&A가 많았던 시기지만 쌍용제지의 경우 15% 안팎의 자금만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한 이례적인 사례"라며 "경영을 정상화시키려는 의지보다는 투자차익을 극대화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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