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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투자, 실력 좋은 벤처캐피탈도 속수무책 손실액 2795억원…정금공 자조합은 538억원 투자

이상균 기자공개 2012-12-24 17:28:56

이 기사는 2012년 12월 24일 1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양광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이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업계 전체를 뒤흔들 만큼 피해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벤처캐피탈의 손실액을 최대치로 예상해 봐도 30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중 미래에셋파트너스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투자액 1000억 원이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 투자액은 2000억 원도 채 되지 않는다. 한해 1조 원 안팎의 벤처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액의 20%를 손해 본 셈이다. 손해가 태양광산업에 집중된 것이 뼈아프긴 하지만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태양광 투자로 손해를 본 벤처캐피탈이 다양하고 이중에는 트랙레코드가 좋은 벤처캐피탈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아무리 실력 좋은 벤처캐피탈도 외부 환경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태양광시장에서 빠져나올 방도가 없었다는 얘기다. 유한책임투자자(LP)로 범위를 넓히면 정책금융공사에 가장 큰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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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파·아주IB투자·KB인베스트·에이티넘 등도 손실 봐

대기업 계열사에 투자가 불가능한 벤처캐피탈의 속성상 대부분의 투자는 중소업체 혹은 중견 태양광업체에 투자가 이뤄졌다. 이중 벤처캐피탈과 신기술금융사에 투자를 받은 대표적인 곳이 세미머티리얼즈, 엠파워, 글로실, 제스솔라, 한국실리콘, 오성엘에스티, 웅진폴리실리콘 등 7곳이다.

이들 7곳에 투자된 금액은 총 2795억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는 대부분 벤처캐피탈과 PEF에서 이뤄졌으며, 일부 신기술금융사와 증권사가 포함돼 있다. 7개 업체는 대부분 법정관리상태 혹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미 청산이 이뤄진 곳도 있다.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회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상당기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회사별로는 웅진폴리실리콘이 가장 많은 1030억 원을 투자받았다. 미래에셋파트너스5호 PEF가 1000억 원, 아주IB투자가 30억 원을 투자했다. 그 뒤를 650억 원을 투자받은 세미머티리얼즈가 이다. 투자자로는 윈베스트벤처투자, HB인베스트먼트(옛 튜브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아주IB투자, 삼성증권,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이 있다. 이어 큐캐피탈파트너스와 IBK캐피탈이 400억 원을 투자한 한국실리콘이 자리했다. 오성엘에스티는 산업은행, 메리츠종금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32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밖에 제스솔라 165억 원, 글로실, 120억 원, 엠파워 110억 원 등의 순이다.

투자자별로 살펴보면 트랙레코드가 좋기로 유명한 다수의 벤처캐피탈이 들어가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아주IB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12년 더벨이 주최한 ‘제2회 한국벤처캐피탈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쥔 곳이다. 최근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사파이어테크놀로지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아주IB투자는 다양한 분야의 초기기업에 빠른 투자속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KB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 기준으로 업계 2위에 위치해있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벤처캐피탈 심사역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 중 하나다.

결국 투자실력이 좋은 벤처캐피탈조차 태양광산업의 몰락을 점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태양광산업의 위기는 유럽발 경제위기에 따른 보조금 축소,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며 "가장 근본적으로는 세계 경기 불황의 여파 탓인데 이를 예측해내는 것은 왠만한 경제학자들도 실패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우스개소리로 '한해 실적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이 말아먹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금공 "투자 신중하게 집행해달라"

정책금융공사도 태양광산업에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주로 벤처캐피탈의 벤처조합 혹은 PEF에 출자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는 정책금융공사가 신성장동력산업 내에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2010년과 2011년에만 17개 조합에 출자해 조합 규모를 3조7736억 원으로 불려놓았다. 정책금융공사의 자조합 운용사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육성 의지를 내비치면서 정책금융공사가 운용사들에게 수천억 원을 출자해줬다"며 "당시 태양광기업 중에는 IPO가 기대될 정도로 실적이 좋은 곳도 많았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 자조합이 태양광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538억8000만원이다. IBK캐피탈과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운용하는 ‘KoFC-큐씨피IBKC프런티어챔프2010의2호'가 한국실리콘에 가장 많은 400억 원을 투자했다. 이어 ‘KoFC-한투 Pioneer Champ 2010-1호 벤처투자조합'이 오성엘에스티에 50억 원을 투자했다. ‘KoFC-아주 Pioneer Champ 2010-9호 투자조합'은 제스솔라에 30억 원, ‘KoFC-현대기술투자 Pionner Champ 2010-11호 투자조합'은 글로실에 30억 원을 투자했다. 이밖에 ‘KoFC-아이원 Pioneer Champ 2010-15호 투자조합'과 ‘KoFC-WIP Pioneer Champ 2010-6호 투자조합'이 엠파워에 각각 20억 원과 8억8000만 원을 투자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조합에는 정책금융공사를 제외한 다른 LP들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보통 정책금융공사의 출자 비중이 60%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투자액은 약 3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1년에 많게는 4000억 원 가량을 벤처조합에 출자하는 정금공 입장에서는 그리 부담스러운 손해규모는 아니다.

정책금융공사에게 투자실패의 책임을 물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태양광처럼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투자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유치가 매우 어렵다. 정책금융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안전판 역할을 해줘 투자리스크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세계적인 태양광 산업의 몰락을 정책금융공사가 예상해낸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태양광 투자손실로 정책금융공사 내부에서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가 최근에는 운용사들에게 투자를 신중하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투자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하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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