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한국화장품, 유동성 위기에 사옥 매각 결단 2000년대 접어들어 사업 부진·재무 상황 악화

신수아 기자/ 이효범 기자공개 2014-02-12 08:18:58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업 부진으로 속 앓이를 하던 한국화장품이 결국 사옥 매각이라는 쉽지않은 결단을 내렸다. 한국화장품은 앞서 회사를 제조와 판매 부문으로 분할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브랜드샵 시장에 뛰어드는 등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온 바 있다. 그러나 고꾸라진 수익성의 회복이 더딘 데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브랜드샵 '더샘' 마저도 정상궤도 진입이 늦어지며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는 분석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은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사옥을 하나자산신탁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자산신탁은 같은 날 '하나에셋제1호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설립하고 건물 매입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영업인가를 신청했다. 건물 매매가격은 약 1600억 원으로 예상된다.

한국화장품이 '사옥 매각'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배경은 무엇보다도 수년 전부터 골이 깊어진 사업 부진 때문이다.

1990년 후반까지만 하더라고 한국화장품은 태평양과 LG생활건강에 이어 업계 3위 자리를 고수하는 전통의 강자였다. 당시 시장점유율은 약 10%에 육박했었다. 그러나 2000년 대 접어들면서 화장품 업계의 상황은 '저가'의 브랜드샵과 '고가'의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양분됐다. 대기업들 마저 생존을 위해 저가 브랜드샵에 뛰어들며 시장은 재편되기 시작했으나, 한국화장품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평가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쥬단학' 등 중저가에 강점이 있었던 한국화장품의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그러나 대기업이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 기술력으로 시장을 점령하고 미샤와 더페이스샵 등 브랜드샵 업체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한국화장품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1996년 9.7%에 이르던 한국화장품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0.9%를 기록하며 1% 미만으로 추락했다.

매출 역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2001년 연결 기준 1384억 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2004년 688억, 2007년 614억, 2009년 510억 원으로 속절없이 하락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2003년 적자전환된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화장품은 2010년 기업분할을 결정했다. 화장품 제조 사업부문과 화장품 판매 및 부동산 임대사업 부문으로 나눠 별도의 법인을 설립했다.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사업 특성에 따른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려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대기업 제조사는 물론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쟁쟁한 OEM·ODM 업체가 즐비한 화장품 제조 시장에서 후발 업체에게 상황은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분리 첫해 한국화장품제조(존속법인)의 순이익은 -42억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 -63억, 2012년 -63억 원으로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또 하나의 큰 결정을 내렸다. 바로 브랜드샵 '더샘'을 런칭하며 사세 확장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미샤'·'더페이스샵' 등 선점 업체가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샘'이 얻을 수 있는 파이는 많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매출은 2010년 46억 원에서 2012년 347억 원으로 향상됐으나, 영업이익은 2011년 -150억 원, 2012년 -96억 원으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순이익 역시 2010년 -130억 원, 2011년 -171억 원, 2012년 -13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한국화장품은 더샘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출자전환 형태로 67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는 당초 자기자본(약 336억 원) 대비 20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출자 시점 더샘의 부채총계는 644억 원에 이르렀다.

한국화장품은 일단 건물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코리아나화장품이 오너 지분 매각과 외부 자금 유치를 추진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처럼 한국화장품 역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확보 자금의 활용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국화장품과 한국화장품제조의 2013년 3분기 말 부채는 각각 712억 원, 126억 원이며, 순차입금은 각각 412억 원, 38억 원을 기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