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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무너진 신세계의 유통 혁신 [thebell note]

장소희 기자공개 2014-03-11 08:36:00

이 기사는 2014년 03월 07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항상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현재는 활동을 접었지만 한동안 정 부회장이 직접 '트위터'에 출장 일정을 공개해 유명세를 탔다. 그가 방문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유통현장에 대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선진 유통기법은 단순히 정보공유 차원에 머물지 않았다. 국내시장에도 '신세계표' 선진 유통채널이 속속 도입됐다. '프리미엄 아웃렛'처럼 원형 그대로 들여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국내 유통시장 특성에 맞춰 변화를 줬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형 할인점 '이마트'다. 도시 외곽지역에 대규모 건물을 짓고 대량으로 상품을 파는 대신 도심 인근에 점포를 두고 신선식품 비중을 늘려 한국인의 쇼핑 취향을 반영했다. 지난 2010년 개점한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도 같은 방식을 통해 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와 차별화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도입한 신개념 유통채널 중 '변종'이라는 오명을 짊어진 것도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 에브리데이'다. 지난 2~3년 간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출점에 제동이 걸려 '상품공급점'이라는 형태로 새롭게 사업에 나섰지만 변종SSM으로 비난만 받았다. 지난해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국정감사에 출석해 상품공급점 신규 출점을 하지 않겠다고 굽히기도 했다.

여론과 규제의 높은 벽을 실감한 신세계그룹은 결국 '위드미'를 인수해 편의점 사업에 나선다. 편의점 시장은 이미 BGF리테일, 롯데, GS가 3강 체제를 이루며 시장의 85%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분야다. 유통혁신을 이끌던 신세계그룹이 업계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89개에 불과한 영업점을 늘리는 일 밖엔 없어 보인다. 더구나 1000개 출점까지는 규제도 받지 않아 당분간 가맹점 확장에만 열을 올릴 것이다.

계속되는 규제에 다른 유통업체들도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신세계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품 공급업을 해왔던 롯데나 홈플러스도 최근에는 편의점 출점에만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편의점 시장에서 또 한바탕 전쟁이 예고된다.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찾기엔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합당한 대가를 얻을 수 없으면 기업은 혁신의 필요성을 잃는다. 신세계그룹이 오랜 기간 다양하게 연구해 개발한 신개념 유통방식을 '변종'으로 낙인찍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진 유통현장을 찾는 부지런한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유통업계가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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