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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올드'한 브랜드 한계…수출이 살길 [패션업 리포트]여성복 트렌드 못따라가...OEM수출과 함께 중국시장 '노크'

장소희 기자공개 2014-04-09 08:25:05

이 기사는 2014년 04월 08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가장 크게 고초를 치룬 곳은 바로 패션기업들이다. 지난 2004년부터 개성공단에 입주해 생산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이 곳이 폐쇄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신원 로고
신원도 그 중 하나다. 국내 패션기업 중 최초로 개성공단에 입주해 2005년부터 생산을 하고 있다. 개성법인을 따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열의를 가지고 있다. 현재 900 여명에 가까운 북한 근로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고 총 15개 생산라인에서 연간 50여만 장 이상의 의류가 생산된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언제 어떻게 또 공단 폐쇄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 그럼에도 신원은 개성공단 운영에 대한 의지가 굳다. 향후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면 수출물량 일부를 개성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원은 1990년대 여성복 브랜드 '씨(SI)·베스띠벨리·비키'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여성복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이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국내외 생산공장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자체 브랜드 사업보다는 해외 유명 패션회사나 유통회사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아직 예전만큼의 수익성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승부수를 띄운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 '올드(old)한' 씨(SI)·베스띠벨리·비키...트렌드 민감한 여성복 사업 '낙제점'

신원 3대 여성브랜드
신원의 3대 여성복 브랜드. 왼쪽부터 베스띠벨리, 비키, 씨(자료=신원 홈페이지)

신원의 여성복 사업은 1990년 브랜드 '베스띠밸리(bestibelli)'와 '씨(SI)'를 론칭하며 본격 시작됐다. 20대 후반 여성을 타깃으로 한 캐릭터 캐주얼 정장라인으로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채시라, 채림, 김지호 등 당대 최고의 여성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한 스타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유행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뒤이어 1995년에 론칭한 '비키(VIKI)'는 타깃층을 20대 초반 여성으로 낮춰 발랄하고 톡톡 튀는 신세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신원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이들은 올해로 탄생 20~25주년이 됐다. 그 사이 새로운 여성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해외 명품브랜드들이 국내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등 환경 변화도 빠르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브랜드를 유지해온 베스띠벨리, 씨, 비키가 소비자들에게 '낡은'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브랜드 자체가 오래됐다는 점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신원의 3대 브랜드의 경우 오래된 브랜드로서 신뢰감을 주기보단 트렌드에 따른 변화나 브랜드만의 개성도 없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이나 품질 대비 고가격 정책을 쓴 것도 브랜드 실패 요소로 꼽힌다. 비슷한 디자인과 품질을 가진 다른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마저 잃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는 재고 증가로 연결돼 악순환을 만들었다. 상설 할인점은 물론이고 백화점 특별 매장에서도 연중 내내 신원 브랜드들의 할인 판매전이 열린다. 소비자들에게 '제 값을 주고 사면 아까운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겨나게 된 원인이다. 새로운 디자인 개발이나 브랜드 리뉴얼 등이 여의치 않은 것도 이 같은 악순환의 일환이다.

◇ 모태사업 OEM·패션브랜드 중국진출 등 수출에 '승부수'

주력 브랜드들의 쇠퇴로 방향을 잃었던 신원에게 OEM제품 수출은 한 줄기 빛이 됐다.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내수 브랜드 사업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OEM제품 수출보다 컸지만 2008년 OEM제품 수출이 전체 매출액의 57%에 달하며 전세가 역전됐다. 이후 꾸준히 생산설비를 증설하며 OEM제품 수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신원 사업부문별 실적

사실 OEM 사업은 신원의 모태가 되는 사업이다. 1990년 여성브랜드를 내놓기 전까지는 OEM제품 수출만 하는 기업이었다. 국제경기, 환율 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탓에 그동안 실적은 등락을 반복했지만 앞으로는 지속적인 거래로 고정 바이어를 확보해둔 효과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설립한 제2공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점도 OEM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중국 하노이에 80개, 인도네시아에 26개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키웠다. 그 외에도 과테말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청도 등 6곳에서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주된 바이어는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 월마트(Wal-mart)와 타겟(Target), SPA브랜드 갭(GAP) 등이다.

내수시장에만 머물렀던 패션브랜드들도 순차적으로 중국시장으로 진출한다. 현재 신원의 7개 브랜드(△베스띠밸리 △씨 △비키 △이사베이 드 파리 △지이크 △지이크 파렌하이트 △반하트 디 알바자) 중 비키, 이사베이 드 파리, 지이크, 지이크 파렌하이트가 진출했고 올해 안에 나머지 브랜드들도 진출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패션부문 자체를 중국에 이동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신원 관계자는 "OEM 사업은 신원의 모태가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40 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요한 사업부문이고 신규 투자된 생산설비를 통해 생산능력이 향상돼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패션브랜드의 중국진출은 직진출 형태가 아니라 현지의 영향력 있는 파트너사와 장기계약을 맺고 수출하는 형태고 박성철 회장님의 사업추진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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