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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아우를 견제하고 있다 [신동주·신동빈 헤게모니 경쟁]④亞 제과사업 경쟁 체제...롯데제과 지분매입 '동상이목'

신수아 기자공개 2014-06-11 14:00:00

이 기사는 2014년 06월 05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4월 조금 이른 강렬한 햇볕이 푸른 잔디 위로 부서지는 하와이 오하우섬 코올리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롯데 챔피언십' 프로암 대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제과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미국 허쉬사의 최고경영자와 동반 라운딩에 나섰다. LPGA의 한국계 스타 미쉘 위가 프로 자격으로 신 회장의 곁에 섰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롯데그룹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하는 이 자리에 신 회장의 형이자 일본 롯데의 사실상 책임자인 신동주 부회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글로벌 롯데'의 한 축은 '일본 롯데'다. 신 부회장은 그 전 날 사전행사가 끝나자 서둘러 하와이를 떠난 뒤였다.

2012년부터 3년 째 후원하며 때마다 그룹의 오너와 주요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 행사에서 동생 신동빈 회장은 행사의 '주빈' 역할을 톡톡히 한 반면 형 신동주 부회장은 애써 자리를 피하려 했다는 점은 두 형제간에 흐르는 감정과 관련 남다른 시사점을 던져준다.

신동주_신동빈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左)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右)

이보다 약 8개월 앞서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 부회장이 동생에게 갖고 있는 감정에 대해 한·일 양국을 통틀어 처음으로 인터뷰 기사를 실으며 해석한 바 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신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태국의 초콜릿 과자 값은 9월부터 기존의 40%로 낮추고 본격적인 광고도 시작한다"며 "향후 중동(中東) 진출의 교두보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롯데는) 20~30대 젊은 영업맨을 조직화해서 오토바이 등을 타고 다니면서 골목 영업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태국 신공장 준공식에서 신 부회장이 '일본에서 태어난 과자를 해외로 넓히는 것은 일본 롯데의 역할이다. 과자 브랜드 전략은 일본이 주도한다'고 말했다. 이는 신 부회장이 한국 롯데에 대한 대항심(경계심)을 슬쩍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두 형제의 경쟁심은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 불붙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 롯데그룹과 한국 롯데그룹은 '제과' 사업에서만큼은 아시아 시장에서 늘 동반 진출을 해 왔다. 그래서 양측이 절반씩 역할을 나누어 합작회사를 세웠고, 공생을 꾀했다. 그러나 이제 공생은 경쟁 관계로 바뀌고 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의 합작법인 지분을 일본 ㈜롯데가 거의 접수, 합작이 깨지고 있다.

'일본' 브랜드에 거부감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 시장에서도 이미 양측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2005년 칭따오에 파이 생산공장을, 2006년 상하이에 초콜릿 생산공장을 독자적으로 건립했다. 합작법인이었던 롯데 차이나 푸드(Lotte China Foods)는 일본 ㈜롯데의 생산공장이었다가 지금은 롯데제과의 종속기업으로 바뀌었다.

◇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매입..동생 '견제'하나

동시에 국내에서는 롯데제과 지분매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2년 말 기준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3.48%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신 회장의 지분은 4.88%로 신 부회장보다 많았다.

신 부회장은 그러나 2013년 8월부터 23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지분 약 0.5%를 매입하며, 지난 5월 16일 기준 3.85%까지 보유 지분율을 올렸다. 신 부회장의 매입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신 회장 역시 한 차례(2013년 6월) 지분을 매입해 롯데제과 지분율을 5.34%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두 형제의 지분율 격차는 1.49%포인트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롯데제과의 주식을 단순히 투자의 목적으로 매입 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제과간 경쟁 체제에 돌입한 데 비춰보면 동생 '견제용'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과 사업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다"며 "그룹 모태가 된 제과 사업에서 만큼은 경영 역량은 물론 향후 사업을 이끌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선택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롯데제과) 해외 사업의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서 적지 않게 발견된다. 동생 박찬구 회장이 경영하는 금호석유화학이 형 박삼구 회장이 경영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지 않고 갖고 있는건 경영권 쟁취를 위해서가 아닌 '견제용'이다. 혹시 모를 경영권 위협에 대비해 상대방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갖고 견제함으로써 사전에 리스크를 제거하려는 목적이다. 이 외에도 형제간 특정 계열사 지분을 공동 보유하며 서로를 견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14년 6월 현재 한국의 롯데그룹에서 동생(신동빈)의 직함은 '회장', 그리고 형(신동주)의 직함은 '부회장'이다. 일본 롯데그룹에서는 형과 동생은 '부회장'으로 직함이 같다. 신 부회장에게 제과 사업은 동생을 이길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 기업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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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롯데의 태국 신공장 모습 [출처 = 태국 법인 '타이 롯데(Thai Lott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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