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허치슨에 또 '백기사' 요청 이유는? 자산 매각 없이 유동성 확보 기회..쉰들러 경영권 위협도 한 몫
김장환 기자공개 2014-06-18 10:40:42
이 기사는 2014년 06월 17일 10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랜 기간 현대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해줬던 허치슨그룹이 이번에도 든든한 우군이 됐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을 위해 계열사 마켓밴티지(Market Vantage Limited)를 통한 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현대그룹은 이번 외자유치를 통해 총 3조3000억 원대 자구안에서 60%가 넘는 이행률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이번 자본 확충은 향후 파생상품계약 해소시 안게 될 경영권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최근 외국계 투자회사인 마켓밴티지와 1140억 원대 자본 유치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마켓밴티지를 대상으로 한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오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자본 확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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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은 이날 마켓밴티지를 상대로 681만1000주(주당 8370원)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총 발행가액은 약 570억 원으로 오는 24일 신권을 교부할 예정이다. 전환우선주 발행가액은 유증 청약일 전 3~5일간 거래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 할인율 10%를 적용했다. 유증을 결정한 16일 기준 현대상선의 주가는 9300원. 보통주 전환 가능일은 발행일로부터 1년 후다. 하반기 동일한 방식의 유증을 재차 단행할 예정이다.
일단 국내에서 생소한 회사로 여겨지는 마켓밴티지는 알고 보면 현대그룹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던 곳이다. 장기간 현대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했던 허친슨그룹의 관계사이기 때문이다. 홍콩계 기업 허치슨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그룹과 견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리카싱 허치슨그룹 회장은 고 정 회장과 아시아의 경제계 거목으로 친분을 이어왔다. 현정은 회장의 아버지인 고 현영원 현대상선 고문과도 깊은 유대관계를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그룹이 KCC와 현대중공업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던 시절 이를 적극 도왔던 곳이 바로 허치슨그룹이다. 2004년 계열사 케이프포춘(Cape Fortune B.V)을 통해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며 지분을 대규모로 매입해줬다. 당시 매입한 현대상선 주식은 총 1237만 주, 지분율로는 10%대에 달했다. 이후 유상증자, 현대상선의 재매입 등을 통해 지분율이 크게 희석되기는 했지만 장기간 우군 역할을 했다.
마켓밴티지가 현대상선 주주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12년 12월 케이프포춘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절반(292만4576주, 1.73%)을 가져오면서다. 당시 지분 이동이 굳이 왜 이뤄졌는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현대그룹 역시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만 전했다. 다만 마켓밴티지 역시 허치슨그룹의 계열사이자 현대그룹의 백기사인 것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두 차례에 걸친 유증을 모두 완료하게 되면 마켓밴티지의 지분율은 대폭 늘어나게 된다. 하반기에도 681만1000주의 우선주를 받아가게 되면 총 지분율은 9%대까지 올라설 수 있다. 케이프포춘이 보유한 지분(1.17%)과 마켓밴티지의 기존 지분(1.17%)까지 합치게 되면 허치슨그룹 계열의 지분율은 총 13%대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해 처음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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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허치슨그룹에 다시 한 번 손을 벌린 것을 두고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일단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자구안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산 매각 없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절실했다는 점이 허치슨에 도움을 요청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번 유증을 통해 자산 매각 없이 1140억 원대 자금을 확충하게 되면 재무적으로 상당히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동시에 자구계획 이행률은 60%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주식을 연계해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고 있는 파생상품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한 몫을 했을 것이란 평가다. 그룹의 지주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주식이 연계된 다양한 파생상품계약을 통해 안정적 지배구도를 확보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파생계약에 엮여 있는 현대상선 지분율은 총 9% 정도. 대부분 계약이 내년 상반기까지 만료되는 상황에서 현대그룹은 향후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허치슨그룹의 우호지분이 크게 늘어난 만큼 보유 중인 파생상품계약을 모두 해지한다고 하더라도 안정적 지배구도가 크게 흔들릴 여지는 줄었다. 2대주주인 쉰들러그룹의 지속적인 경영권 위협이 있던 상황에서 이 같은 모습이 주는 의미는 크다. 결국 지난 2004년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 위협에 시달렸던 시절처럼, 2대주주로부터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허치슨그룹에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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