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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선제적 구조조정 실패 원인 '3無' "금호·STX·현대 구조조정 대비 적시성·진정성·형평성 부족"

안경주 기자공개 2015-01-08 09:00:27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6일 1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부와 현대, 한진, STX·금호. 이 다섯 그룹의 공통점은 산업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된 기업들이다. 특히 동부와 현대, 한진 등 세 그룹은 지난 1년간 선제적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하지만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동부는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구조조정 1년만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인 반면 현대와 한진은 유동성 위기를 넘기면서 정상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또 금호는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쳤으며 STX는 산업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금융권과 산업계 등에서는 △구조조정 적시성 미흡 △동부그룹의 진정성 부족 △산업은행의 형평성 부재 등을 동부 구조조정의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 골든타임 넘긴 동부 구조조정

동부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5일 산업은행과 체결한 '사전적 구조조정 약정'에 따라 자구계획안을 세우고 △동부특수강 지분 매각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 △동부발전당진 지분 매각 △동부팜가야 매각 △동부팜한동 유휴부지 매각 등을 추진했다.

금융권 등에선 동부가 산업은행과 약정을 맺고 사전적 구조조정을 시작했던 시점부터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던 시기라며 구조조정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을 꼽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란 가치있는 자산의 매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정상화를 꾀하는 작업"이라며 "동부는 이미 산업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을 시작할 때부터 팔 수 있는 자산이 없었고, 그나마 팔 수 있는 자산도 대부분 담보로 잡혀있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산업은행은 당초 동부가 내놓은 자산을 묶어 패키지 딜 방식으로 매각하려고 했지만 개별 매각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제철 당진항만 등은 매각절차가 진행됐지만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 무산됐다. 또 동부메탈은 주식 대부분이 담보로 묶인 상태여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매각 시점을 늦췄다. 동부택배 역시 담보대출로 인해 매각 후 실제 유입된 현금은 45억 원에 불과했다.

반면 금호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했던 대한통운 지분을 순조롭게 매각했으며, 금호산업이 보유했던 금호고속·대우건설·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을 묶어 일괄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현대 역시 LNG 운송부문·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등이 적시에 이뤄지면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결국 타이밍"이라며 "동부는 4~5년 전부터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 동부그룹의 진정성 부족

동부 구조조정 실패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동부그룹의 진정성 부족을 꼽았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감기를 초기에 잡아야 큰 병으로 번지지 않는 것처럼 구조조정 역시 초기에 과감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동부의 경우 오너의 의지가 있는지 불분명해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졌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동부익스프레스 진성매각(트루세일) 부문이다. 동부는 동부익스프레스를 KTB PE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확보했다. 매각가격은 3100억 원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콜옵션 욕심을 버리고 진성매각을 했다면 10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재출연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 등 오너일가가 동부인베스트먼트(DBI)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면하기 위해 유상증자에는 참여한 반면 동부건설에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DBI 유증에 참여한 것은 지분관계와 투자유치 약정, 담보 등이 얽혀 있어 DBI가 무너지면 동부메탈, 동부팜한농 등 비금융계열사는 물론 동부화재까지 경영권이 위협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동부건설은 김 회장의 지분만 제외하면 그룹 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 제조부문에서 알짜 기업인 동부팜한농 등은 살리기 위해 사재출연을 하면서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은 사실상 포기한 모습이었다"며 "금호의 박삼구 회장이 워크아웃에 따른 지분 감자 등을 예상하고도 3000억 원 이상의 사재를 출연한 모습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DBI 설립 자체가 사재 3000억 원을 출연해서 동부하이텍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동부 구조조정

◇ 산업은행의 형평성 부재

STX나 금호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였던 산업은행의 태도와 동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인 태도가 달랐던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형평성에서 어긋났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인수가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산은PE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그 결과, 금호는 재무적 부담을 덜고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부건설에 대해선 다른 태도를 보였다. 산업은행은 동부건설 자산매각 뿐만 아니라 자금 지원에 인색했다.

오히려 동부건설에 대한 실사결과,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자금 회수에만 관심이 쏠렸다. 산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동부발전당진 매각과정에서 자금 회수를 위해 동부건설을 압박만 할 뿐 정작 자금 지원 등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며 "포스코와의 패키지 딜 협상 과정에서도 금호 패지키 딜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는 등 과거와 전혀 다른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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