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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자구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thebell note]

김장환 기자공개 2015-05-08 09:15: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07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1조 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향후 후판을 중심으로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다. 페럼타워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 계획도, 검토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남윤영 동국제강 사장은 업계에 불거진 페럼타워 매각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뒤이어 장세주 회장도 같은 언급을 했다. 올해 초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그는 "매각 검토는 했지만 팔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동국제강은 이면에서 채권단과 페럼타워 매각을 이미 약속해 둔 상태였다. 재무개선약정을 맺는 과정에서 유동화 가능 자산으로 페럼타워가 1순위에 포함됐다. 다만 단서조항이 있었다. 현금창출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자체 수익을 통한 재무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될 경우 자산을 팔겠다는 조건이었다.

채권단에서는 지난해를 마무리하기 전부터 이미 페럼타워 매각 작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상반기 마무리했지만 3분기를 끝마치면서 이를 뛰어넘는 수준인 수천억 원대 순손실이 기정사실화됐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권단에 매각 계획을 알리고 절차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이 그토록 부인하며 마지막 수단이라고 언급했던 페럼타워는 매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삼성생명과 동국제강은 지난달 24일 패럼타워를 4200억 원에 인수·매각하는 본계약을 맺었다. 오는 22일 잔금 납입이 완료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페럼타워 매각은 결국 동국제강이 그동안 시장과 투자자들을 속인 결과물이 됐다. 물밑에서는 페럼타워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이를 부정하기만 했다. 지난해 6월 15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 이처럼 고강도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시장에 밝혔다면 주가 하락 등 부정적 여론을 어느 정도 방어하는데 성공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를 고려했을 수 있지만 또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이를 미리 밝히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현대그룹과 한진해운은 2013년 말경 대규모 유동성 확보 계획을 밝히면서 채권단과 시장의 신뢰를 지켜내는데 일부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자구안을 발표해 기대심리를 일으키고, 이에 대한 성공적 결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면서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반면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과 페럼타워 매각 등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진행하면서도 이를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자구안을 실현해 재무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게 됐지만 시장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자산을 팔아 유동성만 확보하면 그만이란 설익은 재무 전략과 판단 미스가 부정적 영향을 불렀다는 평가다.

그나마 자산 매각 등 자구안을 실현하는데 미온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부분은 점수를 줄 만하다.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던 열연사업을 끌고가려다 된서리를 맞았던 동부제철이나, 자산 매각을 지지부진 미루다 무너졌던 숱한 기업들처럼 넋 놓고 기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진행될 예정인 추가적인 자구안은 시장과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실현됐으면 한다. 장세주 회장의 불법 도박 혐의가 검찰에 적발돼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동국제강을 향한 기대감을 높일 만한 요인은 그리 많지 않다. 현대그룹이나 한진해운처럼 무언가 전략적인 실천 방안을 고려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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