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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SDS 딜레마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삼성전자 합병시 주주반발 우려… 보유지분 매각도 쉽지 않아

정호창 기자공개 2015-06-05 08:21: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4일 09: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전격 결정하며 큰 폭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삼성SDS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이 향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활용될 핵심자산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해당 지분을 활용해 합병 등의 방법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거나,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뚜렷한 장단점을 갖고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당분간 지분 활용방안 결정을 유보한 채 삼성SDS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3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2015 인베스터 포럼'에서 삼성SDS와의 합병설에 대해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삼성그룹이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높인 후 적절한 시기를 선택해 합병을 추진하는 시나리오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삼성SDS 합병안, 주주 반발 가능성 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는 제일모직,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다. 이 중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확대에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은 제일모직(지분율 23.2%)과 삼성SDS(지분율 11.3%) 주식 정도에 그친다. 삼성전자 등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주요 자산 중 제일모직 지분의 경우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활용법을 찾았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지분율 16.4%)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의 활용 방안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정 발표 이후 시장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방안은 삼성SDS를 삼성전자와 합병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노무라증권 등을 중심으로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합병해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1.8%포인트 가량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분석 때문에 최근 삼성SDS 주가는 일주일새 20% 이상 급등했다.

이 방안의 장점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중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손쉽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처럼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을 추진하려면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대의명분이 낮은데다 삼성전자 주주들의 큰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합병비율을 삼성SDS에 유리한 수치로 결정해야 한다. 두 회사 모두 상장법인이므로 삼성전자 주가는 낮고 삼성SDS 주가가 높을 때 합병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경우엔 삼성전자 저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문제로 홍역을 앓은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으로선 승계작업과 관련해 '대의명분'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발표 후 삼성물산 저평가 논란과 도덕적 비판이 이미 한차례 제기된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같은 행태를 반복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대의명분이나 평판 하락 뿐 아니라 합병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무적 난관도 고민거리다. 삼성전자가 삼성SDS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지 않은데 합병비율마저 불리하게 산정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등 주요 주주들이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처럼 합병을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합병 방식으로 추진하더라도 20% 이상의 주주들이 반대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실제로 삼성그룹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정 이후 국내 여론과 달리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곳이 적지않다. 이 같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이나 삼성그룹이 충분한 명분이나 근거 없이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현재 52%에 육박한다.

◇상속재원 활용안, 주가 급락 우려로 현실성 낮아

삼성전자와의 합병안 다음으로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 활용 방법은 매각이나 물납 등을 통한 상속재원 활용안이다. 사실 이는 삼성그룹 승계문제와 관련해 시장에서 초창기부터 제기돼 온 방법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하거나 국세청에 지분 자체를 물납하는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삼성전자-삼성SDS 합병안보다 현실화가 더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주식 규모가 적지 않아 시장에서 소화되기 힘든데다, 지분 매각을 실제로 추진할 경우 주가 폭락으로 큰 사회적 논란과 후폭풍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상장 직후부터 삼성SDS 주가는 고공행진을 펼쳤다. 삼성그룹 승계권자인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업의 본질가치 이상의 '프리미엄'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삼성SDS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건 증권가의 상식이나 누구도 이를 '거품'이라 지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삼성SDS 주가에 반영된 '프리미엄'은 곧 '거품'이 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삼성SDS에서 손을 떼는 순간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증권시장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후폭풍이 발생하게 된다.

이 부회장으로서도 목적 달성이 어렵다. 주가 폭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분 매매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국세청에 상속세 대신 물납하는 방법도 불가능에 가깝다. 주식 물납은 국세청의 허가가 필요한데 주가 하락 리스크가 대단히 큰 상장기업의 주식을 국세청이 현금 대신 받아줄 리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SDS의 주가 하락을 방지할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이 부회장이 보유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게 최근 증권가의 중론이다.

◇당분간 삼성SDS 성장에 그룹 역량 집중

결국 최근 증권시장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삼성SDS에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큰 틀을 잡은데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긴 하나 건강상태에 큰 문제가 없어 상속 준비에 나서긴 이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관련 업계에선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당분간 삼성SDS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S의 가치를 끌어올려 향후 이 부회장 지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SDS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2020년 매출 20조, 글로벌 IT기업 톱10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향후 어떤 식으로든 이재용 부회장 보유 주식을 승계작업에 활용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삼성SDS 성장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활용법과 관련해 매각보다는 합병에 이용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합병안에 대해 현재 삼성전자가 부인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향후 추가적인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여전히 시장에선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현재 밸류에이션으로는 합병이 정당화될 수 없지만 삼성그룹이 향후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충분히 끌어올린다면 합병 성공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며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주를 활용해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합병을 추진한다면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합병에 성공한다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올라가는 효과도 있지만 이를 통해 취득한 삼성전자 주식을 상속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삼성SDS 주식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처분하거나 물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으로 바꾸면 두 가지 방법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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