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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엘리엇 삼성물산 합병 반대 논리 '판박이' 세계적 명성에도 별 차이 없어…"합병비율 불공정·시너지 효과 불투명"

문병선 기자공개 2015-07-06 08:50: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5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세계 기관투자가들에게 영향력이 적지 않은 글로벌 주주총회 안건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삼성물산 합병반대 보고서를 발송한 가운데 ISS의 합병 반대 논리는 엘리엇어쏘시어츠엘피(이하 엘리엇)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합병 반대 논리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이 입수한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간 합병 관련 'ISS의 특별 분석 보고서(ISS Sepcial Situations Research)'에 따르면 ISS는 △삼성물산은 저평가되고 제일모직은 고평가된 시점에서 합병이 결정된 점 △삼성그룹이 의도하는 두 회사간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삼성물산 저평가에 따른 주주 손해의 보상이 안된다는 점 △불특정 다수의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자사주를 KCC에 매각한 것은 다수의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합병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기관투자가들에게 권고했다.

ISS는 "합병이 무산되면 단기적으로 삼성물산 주가의 하락 리스크가 있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삼성물산의 공정한 가치를 유지시키는 길"이라며 "지금의 합병 조건으로 합병을 찬성하는 일은 단기적인 주가 하락 리스크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지금의 불공정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정당화시켜 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총 22페이지에 달하는 ISS의 보고서는 8개의 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8개의 항목은 △총평(Executive Summary) △합병 조건 요약 설명(Precedent Transactions & Trading Comps) △역사적 주가와 주주 현황(Historical Performance & Shareholder Bases) △합병의 정당성(Strategic Rationale) △거래 일정, 조건, 그리고 지배구조(Process, Terms and Governance) △가치평가(Valuation) △현 주가 상황(State of Play) △결론(Conclusion and Vote Recommendation) 등이다.

이런 ISS의 주장은 엘리엇이 그동안 보도자료나 참고자료에서, 그리고 주주총회 의결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표현했거나 주장한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엘리엇은 "삼성그룹이 잠재적인 승계 문제로 인해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지지하나, 구조 개편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제안은 적용 가능한 기업 지배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귀속될 수 있는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가가 심각하게 저평가되고 제일모직은 고평가된 시점을 합병의 기일로 선택한 것은 잘못된 경영상 평가라고 주장했다.

ISS 또한 "엘리엇 등 많은 투자자들이 삼성그룹의 오너십 변화에 따른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과거 삼성 패밀리의 성공적인 그룹 운영을 지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수십년간 삼성 패밀리에 대한 리더십 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잘 운영돼 왔던 삼성물산이 왜 지금 합병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ISS는 엘리엇과 비슷한 논리로 의문을 표했다.

엘리엇은 통합 삼성물산의 2020년 추정 매출액은 40조5000억원에 불과하고 세전 수익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2020년 통합 삼성물산의 추정 EPS(주당순이익)는 5896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 수익 4조원의 시너지 효과를 주장한 삼성물산 이사진의 전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삼성물산측 2020년 추정 EPS는 1만8193원이다.

ISS의 주장은 엘리엇과 판박이다. ISS는 "삼성 경영진이 매출 및 시너지 목표액 등을 내놓았으나 삼성이 주장하는 목표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이고 어떻게 그런 수치들을 달성할 지에 대해서는 불투명성이 존재한다"며 "예를 들어 삼성측은 패션 사업에서 매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삼성물산 영업마진에서 0.6%만을 차지하는 상사 부문이 결합된다고 해서 어떻게 합병 후 3배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ISS는 덧붙여 "제일모직이 강조하는 합병 시너지 효과는 이미 6개월 전 제일모직이 상장 할 당시에 주장됐던 내용"이라며 했다.

삼성물산의 주가 저평가 현상에 대한 분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는 합병 결의일을 기준으로 마이너스(-) 0.06배의 주가순자산 비율로 평가됐고 삼성물산의 총순자산가치보다 40% 낮은 수준으로 주가가 거래됐다고 주장해 왔다. 또 제일모직의 2015년 평균 3.5%의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고려하면 1년 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의 약 4배인 현 거래가치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ISS는 분석 툴을 다소 바꿔 SOTP(가치합산모형) 방식의 가치평가 모델을 적용했으나 결과는 엘리엇과 같았다. ISS는 "자체 SOTP 분석 결과 제일모직은 합병이 발표되기 전 순자산가치(NAV)에 비해 40% 할증돼 거래됐고 삼성물산은 약 50% 할인돼 거래됐다"며 "우리의 SOTP 분석 결과 합병비율은 삼성측에 의해 제안된 0.35배가 아닌 0.95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ISS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1년 목표주가와 비교해도 공정한 합병비율은 0.58배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금융시장 조사 기관인 톰슨원(Thompson One)의 자료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는 13만2000원,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는 7만7000원이다.

이 외에도 KCC로의 자사주 매각이 다수의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예로 들며 ISS는 엘리엇과 비슷한 논리로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권고했다.

ISS의 주장이 엘리엇의 주장과 달랐던 점은 합병 비율 산출 과정이 한국 법에 따라 적법했다고 묘사한 점과 일부 주식 및 기업가치 평가 분석 툴이 달랐다는 점 등이다. 또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음을 수치로 설명했다는 점은 엘리엇의 분석과는 다소 다른 점이다. 엘리엇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합병 계약이 위법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합병 무산시 주가 하락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 ISS는 "합병 무산 시 단기적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22.6% 떨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합병 성사에 따른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받아들여야 하는 일보다 나을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ISS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보고서는 원신보(Shinbo Won) ISS 한국리서치 헤드, 크리스 체르니치(Chris Cernich) ISS 글로벌리서치 부회장, 넬슨 세라치(Nelson Seraci) ISS M&A 및 의결권경쟁 리서치 부사장 등 3인이 작성했다. 원신보 한국리서치 헤드는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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