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저성장 시대의 TV홈쇼핑 [thebell note]

연혜원 기자공개 2015-07-10 10:33: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9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환위기 덕에 성장했다는 희한한 산업이 있다. 바로 'TV홈쇼핑'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TV홈쇼핑은 대기업들이 입점을 기피하는 대표적인 유통채널이었다. 백화점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유명 브랜드들은 백화점이 아닌 유통채널에서 상품을 판매 하는 건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이라고 믿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콧대 높던 제조업체들의 발등에 불을 떨어트리며 유통채널의 다각화를 불러왔다. 외환위기로 인한 재정난은 제조업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위세를 떨쳤던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제조업체들은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방책으로 TV홈쇼핑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경제난으로 저가상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면서 TV홈쇼핑은 불황 속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TV홈쇼핑은 불황과 호황을 가리지 않는 강한 산업이라는 얘기가 생겨났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 홈쇼핑 산업은 내수경기에 구애 받지 않고 연평균 200%에 가까운 매출성장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프라인 매장과 다르게 임차료와 매장관리비로부터 자유로운 데다 상품 편성이 유연하다는 장점은 여타 유통채널들에 비해 수익성도 빠르게 증대시켰다.

막강했던 TV홈쇼핑 산업이 최근 들어 악화일로에 빠졌다. 고공성장하던 이익은 역신장세로 돌아섰다. 온라인과 모바일 유통채널의 빠른 성장이 TV홈쇼핑 소비자들을 분산 시키고 있다. 과거엔 지상파 시청률 덕을 많이 봤지만 몇 년 전부턴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확대되면서 지상파 시청률이 급락해 더 이상 지상파 덕도 볼 수 없게 됐다.

생필품보다 화장품·패션 상품 비중이 높아진 것도 TV홈쇼핑으로 하여금 더 이상 불황에 강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가까운 일례로 최근 메르스 사태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항간엔 TV홈쇼핑 매출이 증가했을 것이란 얘기가 떠돌았지만 틀렸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화장품·패션 같은 사치품 소비가 먼저 줄면서 TV홈쇼핑은 외출여부와 상관없이 매출감소를 겪어야만 했다. 이 와중에 신규 TV홈쇼핑 채널들까지 속속 개국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TV홈쇼핑 관계자들은 최근 10년 동안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고 토로한다. 한 관계자는 "성장에 익숙했던 업계가 무방비 상태에서 저성장 시기를 맞닥뜨려 헤매고 있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업체들은 국내를 벗어나 동남아, 남미와 같은 TV홈쇼핑 성장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투자비용이 수익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현재 TV홈쇼핑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국가들에도 언젠간 성장정체가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멀리 봤을 때 지금 TV홈쇼핑 업체들에겐 새로운 성장시장 개척만큼이나 '저성장 모델'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