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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의 '균형추', 48년만에 '신동빈'으로 일본롯데 경영 맡겨 후계자 낙점

문병선 기자공개 2015-07-16 19:35: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6일 19: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돌이켜보면 1967년 롯데제과가 설립된 후부터 지금까지 48년의 긴 기간 롯데그룹 후계구도는 한번도 딱부러지게 정해진 적이 없는 그야말로 미스터리의 역사였다. 그랬던 롯데그룹이 처음으로 2세 후계자를 구체화했다. 과거 엎치락뒤치락했던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과거 어떠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드디어 후계구도가 확정됐는지에도 관심이 간다.

롯데 신동빈회장(언론용)
롯데그룹은 16일 오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이자 한국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 역할도 하고 있어 신 회장은 이번 대표 선임으로 한국롯데 뿐 아니라 일본롯데 경영도 총괄하게 됐다.

앞서 롯데가(家)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월 일본 롯데그룹 여러 계열사 임원 및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하지만 그의 일선 퇴진은 기정사실화되지 않았다. 그럴만했던게 지난 48년간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한번도 특정화되지 않았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의중은 누구도 알 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까지만해도 신동주 전 회장의 빈자리를 차남 신동빈 회장이 차지해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경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해임 사태에도 불구 경영수업의 연장선으로 봐야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 신동주씨가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등의 해석이 잇따랐다.

과거를 돌아보면 얼마나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불투명했는지 비교적 선명하게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신동주씨가 오히려 한국 롯데그룹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도 했다. 주로 결혼과 연관을 지어 만들어진 추측이었다.

그럴만했던 게 신동주씨는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차녀 조은주씨와 결혼을 했다. 조은주씨는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UCLA에서 마쳤다. 결혼 직전까지 일본 미쓰비시상사 미국 지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덕만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소규모 무역업을 했다. 재미교포이지만 한국인이라는 점이 신동주씨를 한국 롯데그룹 경영과 연관짓게 했다.

특히 당시 38세인 신동주씨는 일본 롯데 미국지사 부사장으로 있었는데도 신부 은주씨를 데리고 굳이 서울에까지 와서 잠실 롯데월드에서 예식을 올렸다. 주례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결혼 후 신동주씨는 다시 일본으로 떠났으나 주변 사람들이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롯데를 맡을 것으로 봤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반면 차남 신동빈씨는 일본인과 결혼한 상태로 일본에서 거주하며 일본 정·재계 인맥과 네트워크를 쌓아가던 시기였다. 그는 형보다 7년 앞서 1985년 6월 결혼했다. 일본 귀족 가문 출신인 다이세이건설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차녀 마나미 씨가 반려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수상이 주례를 하고 나카소네 현직 수상이 축사를 하는 등 그의 결혼식에 일본 정·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대략 100억 엔 가량의 비용이 들어갔던 화려한 결혼식이었고 세간에서는 '시게미쓰(重光);신격호 회장의 일본 성' 가문이 일본 귀족계급과 혼맥을 맺어 일본 상류 사회에 진입했다고들 이야기했었다.

누가 보더라도 일본 롯데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황태자의 행보로 보였다. 자연스럽게 재계에서는 일본 롯데를 차남(신동빈)이 맡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게 됐다.

그러나 당시에도 추측만 많았지 무엇하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단 한번도 후계구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재계에서는 1990년대 초반 70대에 들어선 그를 대신해 롯데그룹을 이끌 차기 경영자가 누가 될 지 큰 관심을 보였으나 신격호 회장은 오직 경영에만 열중할 뿐이었다. 추측이 많아지는 건 당연했고 두 아들의 계열사 배치 구도에서 힌트를 찾아 다녔다.

1997년 들어서면서부터는 그 이전까지의 전망이 사실상 180도 바뀌기도 한다. 신동빈 회장이 1997년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을 했던 사건 때문이다. 명실공히 그룹 2인자 자리를 차남이 차지하던 순간이었다.

당시 형 신동주씨는 일본 제과업체 ㈜롯데에서 전무를 맡고 있었다. 신격호 회장이 일본 ㈜롯데 사장을 맡고 있었던 시기다. 동생이 형을 직급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한국=신동주'가 아닌 '한국=신동빈'이라는 공식이 롯데그룹 후계구도를 바라보는 절대적 관점으로 등극하기 시작했다.

실제 신동빈 회장은 부회장 취임 이후 부쩍 한국 방문을 늘려 후계 준비를 본격화하는 듯 했다. 패스트푸드, 편의점, 물류, 정보통신 사업 등을 맡았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차남 신동빈 회장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쏟게 됐다.

하지만 세간의 추측과 달리 신격호 회장의 복심은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회사였던 롯데쇼핑의 지분을 장·차남이 거의 비슷하게 소유하게 했고 롯데쇼핑 등기이사에도 장·차남을 동일하게 등재시켰다. 차남을 한국 롯데그룹의 부회장으로 올리고 장남을 일본 롯데그룹의 전무를 맡겨 경쟁을 유발시키는 듯하면서도 핵심 계열회사 지분과 등기이사직은 동일하게 부여해 어느 한쪽으로 추가 기울지 않게 했던 셈이다.

그러다가 2005년말 신동주씨가 롯데쇼핑 이사직에서 사임하고 2006년 3월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 타이틀을 갖게 되자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라는 후계구도 전망은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를 확인해 주기라도 하듯이 신동주씨는 일본에서 1991년 ㈜롯데 전무, 2001년 부사장, 2009년 ㈜롯데홀딩스 부회장, 2011년 롯데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겸 사장에 올랐다. 누가 보더라도 일본 롯데그룹을 경영할 차기 후계자로서의 승진 행보였다. 신동빈 회장 역시 2010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제가, 일본은 형이 맡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신격호 회장의 의중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두 아들을 승진시키면서도 후계구도를 특정짓지 않는 묘한 양방향 시그널을 함께 주었다. 갖은 추측이 나왔다. 예컨대 한국 롯데그룹의 실권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은 2013년 3월 대표이사 취임 7년만에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롯데쇼핑에서 등기이사로만 올라 있다.

롯데 일가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신격호 회장은 전문경영인인 이인원 부회장 등에게 지금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게 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 자신도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을 수십년간 유지하고 있다.

신동주씨 역시 일본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차츰 장악해가고 비록 동생보다 늦었지만 후계자 지위도 하나둘씩 갖춰가고 있었으나 완전한 지위를 부여받지는 못했다. 가장 핵심 계열회사라고 할 수 있는 ㈜롯데의 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점이 단적인 예다. 일본 롯데그룹은 ㈜롯데를 장악해야 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신격호 회장은 장남 대신 스미토모은행 출신인 츠쿠다 타카유키씨라는 전문경영인을 사장으로 두고 직접 일본 롯데그룹을 경영했다. 장남에게 일정한 역할을 주되 핵심 포스트엔 올리지 않았던 셈이다. 그렇다고 신격호 회장이 차남에게 일본 ㈜롯데의 경영을 맡긴 것도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1월 장남 신동주씨를 주요 임원에서 해임했고 이번에 차남 신동빈 회장을 일본의 주요 핵심 포스트에 앉혔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드디어 48년만에 결심을 굳혔다는 전언이다. 차남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에 앉히며 대외적으로 차남이 일본 롯데그룹까지 경영한다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롯데가문의 불확실한 후계승계 역사에 비춰보면 한·일 롯데그룹의 가장 큰 변화가 찾아왔다는 게 롯데그룹 안팎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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