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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국 사장의 두번째 승부수…'저해지 종신보험' 지난해 이어 과감한 시도…이번에도 설계사 조직이 열쇠

윤 동 기자공개 2015-07-21 10:24:04

이 기사는 2015년 07월 20일 1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문국 ING생명보험 사장(사진)이 지난해 설계사 인센티브제도 개선에 이어 올해도 두 번째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표준이 된 '저해지 종신보험'을 출시해 종신보험 시장의 판도를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자료] ING생명 정문국 대표이사 사장
다만 정 사장이 과감히 내놓는 제도나 상품마다 ING생명의 설계사 조직과 마찰을 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저해지 종신보험도 ING생명의 설계사 조직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나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최초 저해지 종신보험, 보험료 낮추고 해지환급금은 절반

20일 정 사장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내 최초의 저해지 종신보험 상품인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의 출시를 발표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보험료 납입기간 중 보험을 해지할 경우 지급하는 해지환급금을 줄인 대신 보험료를 낮춘 상품이다. 해지환급금 지급비율이 기존 종신보험의 50%, 70%, 100% 수준의 3종류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1종(실속형)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해지환급금이 기존의 50% 수준이며, 3종(표준형)은 해지환급금이 여타 종신보험과 같은 대신 보험료도 다른 상품들과 동일하다.

ING생명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 가입예시표
출처: ING생명보험

ING생명이 이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정 사장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개발을 주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현행 책임준비금 규정 상 이런 구조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보험사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상품이 개발된 것부터 정 사장의 허가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책임준비금은 보험계약자에 보험금지급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을 뜻한다. 이번 저해지 종신보험 상품은 계약 당 지급해야할 보험금 위험은 종전과 같으나 실제 회사로 들어오는 보험료는 적어진다. 이전과 같은 수량의 계약을 할 경우 위험은 변함이 없으나 순이익이 하락하고, 이전 수준의 영업수익을 올릴 경우 위험기준 자기자본(RBC)비율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는 이번 상품 때문에 ING생명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상품 인가를 주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정 사장이 직접 금감원을 찾아 강하게 개발의사를 표명하면서 상품이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또 이번 상품은 기존 종신보험이 예정이율, 예정위험율, 예정사업비 등 3가지 요소를 고려해 상품을 개발하던 관행과는 달리 처음으로 예정해지율까지 반영해 4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출했다. 상품 개발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기존 상품보다 발전된 면이 있다.

정 사장은 "회사 입장에서 책임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하는 부담이 있으나 고객의 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 저해지 종신보험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며 "보험을 깨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하는 고객이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옆 나라 일본의 경우 저해지 상품이 종신보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8% 수준"이라며 "우리(ING생명)를 시작으로 차츰 저해지 상품이 개발돼 내년 하반기에는 저해지 상품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첫 번째 승부수 무산시킨 '설계사 조직' 설득 가능할까?

업계에서는 이번 저해지 종신보험이 정 사장의 두 번째 승부수가 아니겠냐는 평가다. 다만 이번 승부수도 ING생명의 설계사 조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나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얄궂게도 정 사장의 첫 번째 승부수를 무산시킨 설계사 조직의 손에 다시 한 번 정 사장의 핵심전략의 운명이 놓인 것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2월 ING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초기 '설계사 인센티브제도' 개편을 단행하면서 첫 번째 승부수를 띄웠다. ING생명의 설계사 수당을 장기성과에 기반을 두어 지급하기로 한 것.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단기성과 기준으로 바로바로 설계사 수당을 주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나 철새 설계사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였다. 업계에서는 성공한다면 국내 보험 산업의 부조리를 상당 부문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ING생명에 소속된 우수설계사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현업 설계사들은 당장 받아야할 수당을 한참 뒤에야 준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에 우수한 실적을 내는 설계사들은 다른 보험사나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것.

정 사장이 취임 전인 2013년 말 ING생명의 설계사 수는 6238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5295명(15.12%), 올해 4월 기준으로는 4924명(21.6%)으로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보험사 전체 설계사 수 감소폭인 9.71%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ING생명 최근 설계사 수 추이

올해 초 ING생명은 설계사 지원제도 등을 발표하며 우수 설계사 확보에 다시 나서고 있으나 설계사 조직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저해지 종신보험도 설계사 조직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저해지 종신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낮기 때문에 설계사들이 1회 계약으로 받을 수 있는 수수료도 하향됐다. 또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저해지환급금 내용을 고객에게 빠짐없이 설명하고 확인서에 서명을 받아야 하는 추가 절차도 있다. 이런 요소 때문에 설계사 조직이 상품을 등한시 할 경우 흥행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ING생명에서도 문제점을 알고 설계사 조직을 설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 사장은 "상품 출시 전 영업조직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설계사들에게는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해서 전체적으로 받는 수수료가 더 늘어나도록 노력하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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