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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IPO, 넘어야 할 산 많다 [롯데 왕자의 난]일본계 대주주 지지 필수…면세사업권 박탈시 상장가치 반토막

임정수 기자공개 2015-08-12 09:45: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11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데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상장을 천명한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등 대주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면 상장이 도루묵이 될 수 있다. 조만간 열릴 주주총회에서도 신 회장은 일본계 주주들로부터 범 롯데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인정받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 면세점 사업권 재연장 여부도 핵심 변수 중 하나다. 면제점 사업권을 박탈당할 경우 호텔롯데의 상장 가치는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과 투자자의 부정적인 인식 또한 상장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다.

◇ 신동빈, 일본계 주주들 지지 얻어야 상장 추진 가능

호텔롯데의 지분 99%는 일본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19%,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광윤사가 5%, L투자회사(1~12호)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투자회사들 중에서는 L4 투자회사가 15.63%, L9(10.41%), L7(9.4%), L1 (8.6%), L3 (5.76%) 등이 지분 5% 이상 보유 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밀어부치기 위해서는 일본계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특히 L투자회사의 주주 구성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 회장이 주주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장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는 8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에 대한 일본계 주주들의 신임 여부가 판가름 난다. 주총에서 범 롯데에 대한 경영권을 신 회장이 얻게 된다면 상장 작업은 급물쌀을 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상장 논의는 다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 밖에 없다.

이 가운데 일본계 주주들도 호텔롯데 상장 추진에 대한 찬반이 엇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매출의 90% 이상이 창출되는 한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 이미지가 강화될 경우 롯데그룹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업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희석이 불가피힌 상태다. 일본계 주주들도 이 같은 판단에 동의할 경우 상장을 추진하는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호텔롯데가 상장할 경우 지분이 희석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대한 지배권이 약화될 수 있다. 또 과거처럼 대규모 배당도 받기 어려워진다. 제2 롯데월드, 국내외 수십 개의 호텔과 리조트 건설, 면세 사업 등 사업 확장의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상장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상장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본계 대주주를 대상으로 상장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해야만 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 광윤사와 L투자회사 등의 지배구조를 확실하게 장악했는지 여부가 불문명하다"면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상장에 대해 일본계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면세사업권 박탈시 밸류 추락

대주주로부터의 지지를 얻어낸다 하더라도 정부와 투자자들이 롯데그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상황에서 향후 사업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호텔롯데의 핵심 수익 사업인 면세 사업권을 연장받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호텔롯데의 상장 가치 추락이 불가피해져 상장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올해 말 서울 3곳과 부산 1곳 등 시내면세점 4곳의 특허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도 특허 만료 대상에 포함돼 있다. SK네트웍스와 신세계가 운영하는 면세점 한 곳 씩도 특허가 만료된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정부가 면세 사업권 특허 연장을 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업자 선정에 지배구조의 국적이나 안정성 문제가 평가 항목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지배구조의 민낯이 드러난 롯데그룹의 사업권 연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칫 호텔롯데가 면세 사업권을 박탈당할 경우 상장 가치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은 호텔롯데 총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수익 기여도가 크다. 호텔롯데의 전체 매출 4조 7000억 원 가운데 3조 원 가량이 면세점 매출이다. 두 사업장의 사업권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호텔롯데의 상장 가치도 반토막 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호텔과 리조트 부문의 수익보다 면세 사업에서 얻는 수익이 더 크다"면서 "면세 사업권을 연장받지 못할 경우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상장을 포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정치권·정부·투자자의 부정적 인식도 넘어야 할 산

호텔롯데의 상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정치권과 당국의 부정적인 스탠스도 상장 추진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 당국이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로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롯데그룹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호텔롯데 상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KRX)도 롯데그룹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거래소의 상장 심사 통과 여부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상장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악화된 투심도 다시 살려놔야 한다.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롯데 관련 주들이 일제히 폭락했다. 국민연금 등 롯데그룹 계열사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어 투심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불매 운동이 강화되면서 상장 공모주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 등으로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 손실 폭이 커졌다"면서 "롯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시장 분위기에서 좋은 밸류로 상장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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