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8월 19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 상장 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롯데가 당초 면세점 사업부만 떼내서 기업공개(IPO)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아킬레스건인 지배구조 공개 없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면세점 분리 상장이 최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롯데에 대한 독과점 논란과 면세점만 영위하는 국내 상장법인이 없다는 점 등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그룹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호텔롯데 전체를 상장하는 방안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19일 "호텔롯데가 앞서 면세점만 분리해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며 "지배구조 공개를 최소화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작년부터 검토해 왔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롯데면세점만 독자적으로 상장시키는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호텔롯데는 면세사업(명동 본점 및 월드점)을 통해 지난해에만 3조 949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1조7972억 원이던 면세 부문 매출이 4년 만에 두배 이상 뛴 것이다. 매출 비중은 83.7%로 호텔·면세·월드·골프·리조트 사업 가운데 단연 압도적이다. 물론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내 면세점 경쟁과 연말 면세점 특허권 만료 등은 불안요인으로 지목된다.

롯데는 물적분할 등의 형태로 면세점을 분리해 별도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상장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 사업부로 남아있기보다 관광과 유통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면세법인으로 독자 생존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비록 탈락했지만 동대문 피트인을 중심으로 한 시내면세점 확장, 태국 면세점 진출 등을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얽히고 설킨 복잡한 지배구조 공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면세점 분리 상장은 최적의 시나리오였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호텔롯데 상장을 떠밀리듯 결정하긴 했지만 롯데홀딩스 및 L투자회사 등 주요 주주들의 대한 정보 공개는 여전히 껄끄러운 부분이다.

호텔롯데의 경우 보유 자회사(롯데손해보험, 롯데케미칼, 롯데푸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에 대한 지분가치도 중요해서 해당 회사의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상장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면세점 분리 상장이 무산된 점에 대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슈와 함께 롯데면세점의 독과점 논란도 한몫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국내 점유율이 지난해 말 기준 60%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상장을 통한 추가 확장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여기에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등이 상장업체긴 하지만 면세점 사업만 독자적으로 영위하는 회사의 기업공개(IPO) 사례가 없다는 점도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