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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이냐 매각이냐'…딜레마에 빠진 씨티캐피탈 사측 청산 준비 전혀 안돼..아프로서비스그룹과 매각 협상은 사실상 결렬

이승연 기자공개 2015-11-27 09:02:00

이 기사는 2015년 11월 26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씨티캐피탈이 청산과 매각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공개적으로 청산 계획을 밝히긴 했으나 내부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다. 게다가 금융사의 청산은 1997년 IMF 이후 처음이라 씨티캐피탈에 적합한 전례를 찾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재매각을 추진하기도 애매모호하다. 노사 모두 충족시킬 만한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데다 미국 씨티그룹이 연내 소매금융 청산을 고집하고 있어 시간적 여유도 없다.

지난 20일 씨티캐피탈의 신임 대표이사인 패트릭 플릭 사장은 노조와의 첫 만남에서 청산 계획을 통보했다. 사측이 청산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청산 일정이나 구체적인 진행 방향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회사 내부적으로 청산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음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씨티캐피탈 최대주주인 씨티은행도 "청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만의 하나 씨티캐피탈이 청산으로 가닥을 잡고 일을 진행시킬 경우 총 사원의 동의가 없는 만큼 임의 청산이나 법정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때 퇴직 비용 처리 등 채무변제 과정에서 노조 반발이나 소송이 발생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선 물리적·시간적 손해가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씨티캐피탈 입장에선 청산을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부도가 아닌 그룹 차원의 청산 결정인 만큼 채무조정 과정에서 변수는 크게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다만 금융사의 청산은 1997년 IMF 이후 처음인 데다 씨티캐피탈과 같은 경우는 전례상 처음이어서 방향성을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측의 청산 통보는 노조 압박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노조의 반대로 아프로서비스그룹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점을 빌어, 고용은 물론 퇴직 비용 조차 보장할 수 없는 청산 카드를 꺼내 노조를 길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사측이 추진하는 매각 작업에 노조의 동의를 쉽게 끌어 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씨티그룹 내외부 관계자들도 이런 관측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노조에게 '청산' 카드를 내밀었으나 청산 준비는 전혀 안되어 있고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고 매각 작업이 다시 전개될 지는 미지수다. 일단 인수 주체자였던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씨티캐피탈 인수에 완전히 손을 뗀 듯 보인다. 씨티캐피탈 인수 보다는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나 일본 법인의 국내 법인 전환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씨티그룹에서도 최근 아프로서비스그룹으로 최종 인수 의사를 다시 물었으나 아프로서비스그룹의 반응은 냉랭했다고 전해진다. 오히려 기존 조건을 변경해 아프로서비스그룹에 유리한 조건으로 변경을 꾀했다는 게 거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금으로선 매수자를 새로 찾아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씨티캐피탈이 내홍에 빠진 사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캐피탈 사들이 대부분 주인을 찾으면서 시장에선 캐피탈사에 대한 니즈가 많이 낮아졌다. 캐피탈 업계의 수익성이 오랜 불황으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씨티캐피탈의 매력도를 떨어 뜨리고 있다.

게다가 미국 씨티그룹이 올 연말까지 소매금융부문을 철수를 고집하며 한국 씨티은행을 압박하고 있어 매각을 위한 시간적 여유도 없다. 결과적으로 씨티캐피탈 입장에선 청산도, 매각도 힘든 상황이 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이 방향성을 잃은 듯 보인다"라며 "지금으로선 노사 합의를 통해 절충안을 찾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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