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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도 발 못 붙이는 '이수상권' [강남상권의 위력, 위기의 동네상권]④배후 아파트 8000세대…학생·주부 많은 서민상권

이상균 기자/ 이충희 기자공개 2015-12-07 16:21:52

[편집자주]

경제력 집중 현상은 비단 기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상권도 마찬가지다. 지하철과 광역버스, KTX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은 대형 상권을 더욱 살찌우고 경쟁관계 혹은 보완관계였던 동네상권을 흡수하거나 없애 버린다. 강남 상권은 지하철역 2호선과 광역버스 덕분에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첫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상권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1년 10월 개통한 신분당선은 화룡점정이 됐다. 이제 강남상권은 경기도 남부의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과거 영화를 누리다가 강남상권의 확대로 이제는 쇠락해버린 정자상권, 변화의 기로에 선 이수상권, 강남상권의 영향을 간신히 피한 서현과 야탑상권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1월 30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4일 이수상권을 찾아갔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사당동, 지하철역으로는 이수역에 맞닿아 있는 이곳은 세 곳으로 나눠진다. 이수역 14번 출구에서 나와 사당2동 주민센터까지 이어지는 300m 길이의 남성시장인 A구간, A구간에서 남쪽으로 70m 떨어진 골목길에서 들어가 서쪽으로 180m 길이의 B구간, B구간에서 A구간을 통과해 남쪽으로 이어지는 C구간 등이다.

이수상권 지도
이수상권의 A, B, C 구간

◇남성시장, 장보는 주부들로 오전부터 붐벼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찾아간 이수상권은 구간 별로 미세한 차이가 나타났다. 우선 B구간은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평일 오전이라는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붐볐다. 인근 아파트 단지의 주부들이 김장 준비를 위해 장을 보러 온 것이다. ‘전통시장이 좀처럼 맥을 못 추는 서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성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슈퍼마켓 수준의 식료품 가게가 10여 개나 눈에 띄었다. 생선가게와 빵가게, 반찬가게, 족발집, 야채, 과일가게 등이 밀집해 있다.

남성시장에도 대형마트가 있기는 하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전통시장 상생스토어라는 생소한 이름이다. 사실 다른 슈퍼마켓과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도 않아 대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여러분 공인중개사 윤금숙 대표는 "남성시장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어 대형마트가 입점하기 어렵다"며 "남성시장은 서울 시내 전통시장 중에서도 가장 활성화된 곳 중 하나"라고 말했다. 생소한 풍경도 목격됐다. 새마을금고 여직원이 손수레를 끌고 남성시장 상인들에게 2016년도 달력을 나눠주고 있었다. 어린 시절 시골장터에서나 봤음직한 장면이다.

남성시장
24일 오전 11시에 찾아간 남성시장. 오전 시간에도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이 붐볐다.

이수상권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가게 문구 중 하나는 ‘무한리필'이다. 삼겹살과 떡볶이, 돈까스 등을 망라한다. 족발집도 10곳 이상이다. 윤 대표는 "서민들이 많다보니 족발 등을 판매하는 고깃집 장사가 잘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찾아간 A구간은 아직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가게가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해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었다. 업종도 B구간과는 달랐다. 김밥과 떡볶이, 튀김 등 분식집과 팥빙수집, 고기집 등 음식점이 많았다. 간간히 화장품과 옷가게, 이동통신사 매장과 악세사리샵 등이 보였다. 10~20대 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업종들이다.

A구간 초입의 임대료가 가장 비싼 건물 1층에는 ABC마트가 있다. 영업을 시작한지 2년가량 됐다. 월 매출은 1억8000~1억9000만원이라고 한다. 임대료는 매출액 대비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 건물 1층에는 신한은행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층으로 이사했다.

A구간
이수상권의 A 구간. 오른편에 ABC마트가 보인다.

C구간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이곳은 가게들의 문이 대부분 닫혀있었다. 값 싼 호프집과 이자까야, 고깃집 등이 많았다. 영업시간은 오후 늦게부터 시작했다.

◇물가 저렴해 이웃동네 주부들도 찾아와

이수상권은 지형의 영향을 받아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상권이다. 이수상권의 뒤편에는 7897세대에 달하는 7개 아파트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오는 2018년 3월에는 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도 입주할 예정이다. 배후에 확실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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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아파트 주민들이 이수역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A와 B 구간을 지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B구간의 경우 이수역 근처보다 아파트에 가까울수록 유동인구가 많고 장사가 잘된다.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유민준 부동산팀장은 "이수상권은 든든한 배후세대를 보유해 펀더멘탈이 좋다"며 "다만 아파트에 가까워질수록 언덕이 높아지고 길이 짧아 상권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수상권의 이 같은 환경은 몇 가지 특성을 낳았다. 이곳 배후의 아파트 단지는 서울 중앙에 위치한 장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가격이 싼 편에 속한다. 서초구 방배동과는 길(동작대로) 하나만 건너면 되지만 아파트 매매가는 1억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수상권이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상권으로 성장한 이유 중 하나다. 윤금숙 대표는 "물가가 워낙 싸서 반포와 이촌, 방배의 주부들도 찾아온다"며 "음식 값이 저렴해 10대와 20대 등 학생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아파트 세대수가 많다보니 부동산 거래도 활발하다. 최근 4개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공인중개소 숫자가 40개를 넘는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은 C구간이다. 30평 기준으로 보증금 1억 원에 월임대료 500~600만원이다. 유민준 팀장은 "이수상권은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객당단가는 높지 않다"며 "이른바 천원짜리 상권으로 불리는 대학가 상권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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