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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유로본드 절반의 성공 '이면은'

정아람 기자공개 2016-01-26 13:19:13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2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EB하나은행이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3억 달러 규모 유로본드(RegS) 발행으로 올해 첫 외화채 조달을 마쳤다. KEB하나은행 통합 이후 외화 조달 라인이 시장에 출동한 첫 딜인데다 올해 22억 달러 규모 외화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빅이슈어'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기에 시장의 실망도 컸다.

여러 의구심도 남는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딜을 위해 2015년 11월과 2016년 1월 두 차례나 해외 로드쇼를 다녀왔다. 애초 지난해 말 인출 프로그램(MTN)을 짤 때 대상을 미국 투자자를 제외하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선정했었다. 이번에는 로드쇼 지역에 미국도 포함했다.

통합 KEB하나은행에 대해 미국 투자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MTN 방식 선순위 채권을 찍으며 두 번이나 로드쇼를 나가는 일은 드문 경우다. 로드쇼 때 KEB하나은행을 만나고 갑자기 유로본드 발행 소식을 전해들었을 미국 투자자들로서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재무제표가 2015년 3분기 수치에서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2개월여만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재차 로드쇼를 떠났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만기 구조 선정에 대해서도 시장 관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홍콩과 일본 증시 폭락으로 시장이 불안했다지만, 바로 전날 중국 교통은행(BOCOM)은 3년 만기 구조를 제시해 5억 달러 규모 모집에 약 6배의 투자수요를 이끌어냈다. 불안정한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단기 상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읽어낸 결과였다.

한국물은 이제 발행 전략만 잘 짜면 웬만한 대외 악재에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KEB하나은행의 전략 실패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한국산업은행(KDB)은 이달 7일 프라이싱을 선언한 10분 뒤에 북한 핵실험 뉴스가 터졌음에도 무난히 1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이같은 아쉬움 때문인지 시장에서는 정 장기채가 필요했다면 5.5년을 제시해 스프레드를 후하게 제시하는 쪽이 3억 달러 규모 발행에 그치는 것보다는 모양새가 나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구조와 시점을 보다 신중하게 설정해 미국 투자자까지 포함한 글로벌본드(144a) 형태로 벤치마크 사이즈 이상 발행에 성공했다면 통합 은행의 위상도 투자자들에게 각인시키고 후속 한국물 발행도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다.

딜 실패는 있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딜 과정에서는 외부에 노출된 허점이 너무 많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차환 수요만으로도 앞으로 19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이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해외 투자자들이라면 과연 다음에 KEB하나은행이 시장에 나왔을 때 선뜻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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