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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자금 집중, 취약한 수익구조 위험성 대두 [자산운용사 경영분석 - 총론] ③공모펀드 기초체력 키워야..저가 수수료 '고질병' 개선 목소리도

박상희 기자공개 2016-04-19 09:46:21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2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는 투자일임 계약과 사모펀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도 기관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투자자 이탈이 심화된 공모펀드는 상대적으로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하지만 기관 자금은 수익률이 한 번 삐끗나면 한꺼번에 수 천 억, 수 조 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공모펀드 기반이 튼튼하지 않을 경우 수익구조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규모의 경제'를 내세운 기관 자금은 공모펀드에 비해 운용보수가 박한 편이다. 기본 보수가 박하면 성과보수라도 높아야 하지만 성과보수를 제대로 챙겼다는 운용사도 많지 않다.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 못지 않게 질적인 성장을 함께 이루려면 저가 수임 경쟁 등 수수료와 관련된 고질병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기관자금에 집중한 트러스톤운용..수익률 하락에 기관자금 '썰물' 직격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가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11일 금융투자협회의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트러스톤운용의 최근 펀드 수탁고는 2조 2283억 원, 투자일임 계약규모는 4조6459억 원 수준이다. 1년 전인 2014년 말 기준으로는 펀드 수탁고가 4조 1517억 원, 투자일임 규모가 8조2442억 원에 달했다.

트러스톤운용은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 이후 기관투자가 자금 유치를 목표로 국내외 유수 연기금 등을 집중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계열 판매사가 없는 독립계 자산운용사여서 리테일보다는 기관투자가 공략이 더 쉬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 전략은 수익률이 좋을 때는 성공하는 듯했다. 국부펀드 등 해외 기관 자금을 유치했고 단기간에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트러스톤 한국밸류
*출처: 금융투자협회

하지만 기관 자금은 양날의 검이다. 한꺼번에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반대로 엄청난 자금이 단번에 유출될 수도 있다. 주요 운용인력의 이탈로 성과가 저조해지자 기관은 곧바로 자금을 뺐다. 2015년 한 해에만 4조 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리테일 기반이 약한 트러스톤으로서는 뼈아픈 자금 이탈이다.

반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경우 성과 저조로 기관 자금이 많이 빠졌음에도 리테일이 든든히 버티고 있어 타격이 덜한 편이다. 한국밸류운용의 경우 지난해 초 이후 최근까지 기관투자가 투자일임 계약 규모가 6조 3218억 원에서 1조 606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그 와중에서도 펀드 수탁고 규모는 같은 기간 5조 7942억 원에서 5조 3449억 원으로 약 4000억 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성과가 좋지 않음에도 리테일 기반인 공모펀드가 여전히 조단위 수탁고를 유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는 경영진의 임기가 짧다는 특성상 단기 성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어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바로 자금을 뺀다"며 "공모펀드 기반이 약한 자산운용사의 경우 기관 자금에만 의존하다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저가 수임 경쟁 지양해야...성과 보수 등 자리잡아야

투자일임·사모펀드 등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수수료 체계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해외와 비교할 때 기본 보수가 워낙 낮은데다 성과 보수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탓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위탁 자금 규모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수 십개 자산운용사가 경쟁하다보니 결국엔 낮은 보수를 써내는 곳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자산운용사 개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고, 투자자문사마저 가세하면서 평균 수수료가 갈수록 하향평준화되는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터가 돼 왔다.

지난해 일부 연기금의 경우 위탁사를 선정할 때 국민연금보다 낮은 수준의 운용보수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면서 업계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자금 유치는 사실상 수수료 경쟁이 돼서 20bp 아래로 받는 경우까지 생겼다"면서 "기본 보수가 낮은 데 더해 성과보수가 제대로 책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계약서에 성과보수를 명시하긴 하지만 수익률이 좋더라도 제대로 된 성과보수를 주는 곳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기관자금의 경우 기본 운용보수만 40~50bp 수준으로, 국내 기관의 2배 이상이다. 성과보수를 따로 책정할 경우 기본 보수가 낮아지기는 하지만 이 역시 국내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많이 주는 곳은 100bp 이상 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외 기관자금은 운용보수가 국내 대비 높기도 하지만 월 단위, 심지어 주 단위로 운용보고를 해야하는 국내와 달리 성과보고가 6개월, 1년 단위라서 기본적으로 장기 운용이 보장된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이 지난해 운용보수를 일부 상향 조정하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식형 위탁운용사의 운용수수료(운용보수+성과보수) 상한선을 기존 30bp에서 40bp로 올렸다. 운용수수료 낮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운용수익률 하락이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본 것이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점차 보수 체계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국민연금 등 일부 연기금이 보수를 올려도 생색내기에 그치는 등 해외 기관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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