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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코, 쌍용양회 유증 '할인율 10%' 의미는 [쌍용양회 M&A]'지분율 제고' 포석 관측, 태평양시멘트 의식 전략적 접근

한형주 기자공개 2016-05-09 06:31:0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3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양회가 399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증자를 결정한 것이 지난주 말 공시한 운영자금(2490억 원) 및 시설자금(1500억 원) 마련 목적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일차적으로는 과거 담합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877억 원)을 물어야 하고, 동해공장 폐열발전설비 설치 등 신규 투자도 필요하다. 남는 자금은 차입금 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증 신주 할인율 등 구체적인 발행 조건을 들여다보면, 쌍용양회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2대 주주인 태평양시멘트를 의식해 상당히 전략적으로 구조를 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중순 마무리된 쌍용양회 인수 거래로 한앤컴퍼니가 확보한 지분은 46.14%이다. 쌍용양회 경영권을 놓고 대치중인 태평양시멘트(32.36%)의 지분율이 결코 낮지 않아, 어떻게든 차이를 벌려야 할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한앤컴퍼니가 신주 발행가에 향후 조정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쌍용양회는 이사회 결의일 전날(4월 28일)을 기산일로 한 달-일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및 기산일 종가의 평균 값을 10% 할인, 발행가를 1만 7500원으로 못 박았다. 유증 거래에서 매우 드문 사례다. 통상적으로는 2~3개월의 증자 준비 기간 주가 변동성을 반영해 예정 발행가-1차 발행가-2차 발행가를 각각 구한 뒤 이 중 낮은 금액으로 확정 발행가를 산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주 발행가 할인율(10%)도 상식 이하로 낮다. 보통 20~30%는 돼야 일반적인 수준으로 본다. 공기업 딜에서 할인율이 15%가 제시될 경우 최저치라는 소리를 듣는다. 다시 말해 쌍용양회 유상증자는 주주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신주를 사도록 하고 있다.

우선 한앤컴퍼니 입장에서 이처럼 낮은 할인율로, 초장부터 발행가를 확정해버린 이유로 업사이드 포텐셜에 대한 자신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내심 태평양시멘트가 구주주 청약(6월 30일~7월 1일)에 참여하지 않길 바라는 속내도 엿보인다. 자금력을 의심받는 태평양시멘트로서는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비싼(낮은 할인율) 발행가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거래 관계자들은 태평양시멘트가 청약에 뛰어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거래 구조를 놓고 태평양시멘트가 제기할 마땅한 법적 이슈가 없다는 점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 신주 발행가 할인율 한도에 대해서만 규제한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할인 폭을 설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절차상 적법한 이사회 결의를 거쳤으면, 그리고 할인율이 40%를 넘기지만 않으면 이렇다 할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마치 한앤컴퍼니가 태평양시멘트에게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라'고 배짱을 내미는 것처럼도 보인다"고 말했다.

지분율 제고 차원에서 한앤컴퍼니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다가올 구주주 청약에 태평양시멘트와 소액주주를 포함한 다른 주주들이 모두 불참하는 것이다. 한앤컴퍼니가 소유한 쌍용양회 주식은 총 3705만 1792주이다. 여기에 이번 거래의 구주주 1주당 배정주식 수(0.2271605주)를 액면 그대로 적용하면, 한앤컴퍼니에게 할당된 물량은 대략 840여만 주로 추산된다. 실권주 발생시 초과청약 가능 분까지 고려하면 최대 1000만 주가량으로 배정량이 늘어날 수 있다.

만약 태평양시멘트가 청약에 불참키로 결정했다면, 구주주에게 자동 부여되는 신주인수권증서(주주배정 증자시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만 따로 뗀 증서)를 블록세일 등으로 팔아 수십억 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 확률이 높아 보이진 않지만 이 때 한앤컴퍼니가 직접 해당 워런트를 매입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전략이다. 대신 한앤컴퍼니와 태평양시멘트 간 지분율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기대와 달리 쌍용양회의 모든 주주가 일제히 청약에 응한다면, 즉 실권이 나지 않는다면 증자 이후에도 이들의 지분율엔 변함이 없다. 한앤컴퍼니에겐 밑져야 본전이다. 이래저래 꽃놀이패를 쥐고 흔드는 셈이다.

물론 한앤컴퍼니 입장에서 태평양시멘트가 들고 있는 쌍용양회 지분을 통째로 가져갈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일각에선 현재 진행 중인 본안소송(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 관련)에서 패소할 것을 직감한 태평양시멘트가 보유 지분 일체를 한앤컴퍼니에게 팔아버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태평양시멘트는 최근까지 "그럴 일 없다"고 밝혀 왔으며, 실제 양자 간 교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번 유상증자는 쌍용양회 지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한앤컴퍼니의 차선책 성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태평양시멘트 역시 유증 소식을 접한 뒤 곧장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빠르면 이번 주 중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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