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골프장 회원권의 실체 [Kevin Park의 골프산업 스토리]

박경호 교수공개 2016-05-20 08:29:56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9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원권지수라는 것이 있다. 개별적인 골프장 회원권 가격변동을 대표적인 하나의 숫자로 표시해 준다. 종합주가지수와 비슷하다. 2003년 4월부터 지난 13년간의 지수변동 모습을 살펴보면 세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2009년 5월 이후 종합주가지수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둘째, 2008년 4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2013년 말까지 60% 하락했다. 셋째, 2014년 1월 이후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경호 칼럼2

2009년 5월을 전후해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전의 회원권 지수는 종합주가지수와 정확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골프장회원권이 주식과 같은 투자재로 인식되었다는 뜻이다. 당시 골프장 회원권은 사두면 가격이 올라가는 투자재중의 하나였다. 가격이 올라가기를 기대하며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듯 골프장회원권에도 투자했다는 뜻이다.

2008년에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세계적으로 급격한 자산가격의 변동을 초래했다. 변동의 시기에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포트폴리오를 면밀히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골프장 회원권을 향후 투자포트폴리오에서 배제했다. 골프장 회원권은 본질적으로 더 이상 가격이 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골프장 회원권의 본질은 무엇인가? 회원들이 골프장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주인이라면 수익을 가져갈 수도 있지만,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골프장이 적자여서 운영비가 필요한 상황이면 운영비를 분담해야 한다. 그래야 주인이라 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회원들은 대부분 주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회원들이다. 우리나라는? 200개가 넘는 회원제 골프장 중 주주회원제를 선택한 골프장은 단 5곳에 불과하다. 그럼 나머지는 뭘까?

골프장 하나 짓는데 600억 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 은행에서 600억 원을 빌려 골프장을 지었다. 이 600억 원은 무엇인가? 갚아야 할 채무고, 돌려 받아야 할 채권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가정해 보자. 600명에게서 돈을 1억 원씩 받았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1억 원을 돌려주기로 하고, 무이자로 하는 대신 그 기간 동안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했다. 그 내용을 기록한 증서를 600장 만들어서 한 장씩 주었다. 이 증서는 무엇인가? 1억 원짜리 채권이다.

골프장이 참 좋다는 소문이 났다. 한번쯤 가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골프장을 너무나 사랑한 누군가가 기존 회원으로부터 증서를 1억1000만 원에 샀다. 그 증서는 무엇인가? 골프장 주인에게서 1억 원을 돌려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단 시장에서 1억 원 이상으로 팔 수 있다면, 골프장 주인에게 1억 원을 돌려달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골프장 주인 입장에서 보면, 1억 원 이상으로 거래만 된다면 얼마든지 상환을 연기할 수 있는 채무가 된다.

그 증서의 거래가격이 꾸준히 올라갔다. 어느덧 사람들 사이에서 2억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 증서는 무엇인가? 여전히 골프장 주인에게서 1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아무리 골프장이 좋아도, 이용가치가 아무리 훌륭해도, 1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을 2억5000만 원에 사는 것은 과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지난 200년간의 자본주의 역사를 통해서 거품에 대해 배운 것은 3가지다. 첫째, 거품은 항상 존재한다. 탐욕과 광기는 인간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둘째, 거품은 반드시 붕괴한다. 합리성 역시 인간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셋째, 거품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지속된다. 회피와 폭탄돌리기 역시 인간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2009년 5월, 대한민국의 투자자들은 1억 원짜리 채권을 2억5000만 원에 거래하는 것은 거품이고, 이 거품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말까지, 4년에 걸쳐 골프장 회원권 거품은 빠져 나갔다.

그렇다면 2014년 이후 가격이 유지되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제 1억짜리 채권의 가격이 1억 원까지 떨어졌다는 뜻이다. 1억 원짜리 채권을 1억 원 이하에 팔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1억 원 이하에 팔 거면 골프장 주인에게 1억 원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것이 낫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회원권의 거래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 회원당 평균예탁금은 1억1000만 원이다. 예탁금 총액은 16조3000억 원이다. 18홀 당 579억 원에 해당한다. 18홀 당 자본금은 48억으로 추정된다. 예탁금이 자본금의 12배가 넘는다. 자본금 대비 회원예탁금부채비율은 1206%에 이른다.

50억 원만 있으면 회원 돈 600억 원을 빌려서 지을 수 있는 것이 현재의 회원제골프장이다. 1997년의 IMF경제위기를 통해서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 부채비율이 높으면 위험도 쉽게 증폭될 수 있다. 그 후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노력이 모든 산업분야에서 진행되었다. 한군데 예외가 있다면 바로 회원제 골프장이다.

회원제 골프장 구조조정, 이것은 사실 18년이나 미뤄왔던 숙제다. 그렇다면 채권자인 회원들의 재산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골프장 산업의 자산건전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회원제 골프장의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가장 핵심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겠다.

박경호이사님프로필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