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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의 CEO 리스크 [thebell desk]

김용관 자산관리부장공개 2016-07-20 10:15:50

이 기사는 2016년 07월 18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인불용(疑人不用) 용인불의(用人不疑). 의심가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말고, 일단 맡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

이 말은 중국의 사서인 '송사(宋史)'에 나오는 고사성어인데 삼성그룹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의 인사철학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이를 몸소 실천하면서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 사람을 잘 골라 일을 맡긴 인재 경영이 성공의 밑거름이었다는 이야기다.

멋있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을 쓴다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좋은 인재라고 생각해서 뽑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어찌할 것인가. 믿는 답시고 내버려두는 것은 무책임한게 아닌가. 내가 쓴 사람은 정말로 다 믿음직하단 말인가.

대기업 계열 증권사 한곳이 시끌시끌하다. 현직 사장을 해임할 거리를 찾아내기 위해 3개월동안 고강도 감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그룹은 임기 내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현직 사장은 임기 전에 해임할 경우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질 통보를 하면 그날로 짐을 싸서 집에 가는 게 일반적인데 사장의 맷집이 상당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당사자는 억울하겠지만 그룹의 경영방침은 달랐던 것 같다.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룹은 현직 증권사 사장의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부동산 PF와 관련된 리스크 관리 실패, 자기 사람 심기 등 원칙없는 인사 정책, 불공정한 성과급 배분으로 인한 조직내 위화감 조성 등에 대해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사장은 은행 출신으로 몇해전 외부에서 IB 임원으로 영입된 사람이다. 수년간 지켜보면서 좋은 인재라고 판단, 사장을 맡겼는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그룹은 재무통으로 꼽히는 실세 인물을 이 회사 부사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그룹 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갖고 있는 인사가 내려오면서 현직 사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수시인사, 돌발인사로 유명한 이 그룹의 인사 정책도 여기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인사 실패다. 사람보는 안목도 없었고, 일을 맡기면서 믿지도 않았다. 의인불용(疑人不用)이 안됐으니 용인불의(用人不疑)는 언감생심이다.

믿고 맡긴 사람이 일을 망치고, 조직을 무너뜨리고, 국가를 망신시킨 사례는 허다하게 많다. 웅진이나 대한전선 등 중견기업은 물론이고 현대차, 한화같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사람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심지어 '사람을 믿고 쓴다'는 창업주의 인사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조차 이제는 예외일 수 없다.

현직 사장은 이제 별로 할 일이 없을 듯하다. 그간 발생한 문제를 감안할 때 현직 사장이 예전 같은 카리스마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번 사태와는 별도로 최근에는 새로운 직장자리를 알아보고 다닌다는 후문이다.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은 주진형 전 사장이 임기 내 퇴진을 거부하자 그룹 출신의 여승주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CEO 운이 별로 없는 듯하다. 전임 사장도 평판 리스크를 노출하며 조직을 무너뜨린 것으로 유명하다. 남아있는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사장이 바뀔 때마다 혼란을 겪는 직원들만 피곤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는데 사람 보는 눈이 자신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수십년간 인사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든 대기업이라고 사람보는 눈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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