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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글로 처방액 급증 미스터리 [thebell note]

이석준 기자공개 2016-07-21 08:26:22

이 기사는 2016년 07월 19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LG생명과학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복합제 제미메트 포함)'는 속칭 대박이 났다. 작년 217억 원(IMS 데이터 기준)이던 제미글로 처방액은 올해 500억 원 돌파까지 넘보고 있다. 출시 4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대박이 난 제미글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제미글로는 올해부터 공동 판매사가 사노피가 아닌 대웅제약으로 변경됐다. 대웅제약 영업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방액 증가는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여기에 제미글로가 당뇨병치료제 대세 계열 DPP-4 억제제라는 점도 제미글로 처방액 급증 현상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미스터리는 제미글로 처방액 증가폭이다. 200억 원대 대형약이 1년만에 500억 원으로 둔갑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B형간염치료제 패러다임을 바꾼 바라크루드 정도만이 성공했을 정도다. 바라크루드는 이 약 말고는 쓸 약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국내 시판된 DPP-4 억제제는 9가지 약물이 있다. 의료진은 DPP-4 억제제를 처방하겠다고 판단하면 이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선택 기준은 증거다. 증거는 얼마나 믿고 쓸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됐느냐를 본다. 이런 측면에서 제미글로는 불리하다. 같은 계열 경쟁자 자누비아, 트라젠타, 가브스 등에 비해 확보된 임상 데이터가 현저히 적다. 그런데도 처방액 증가율은 경쟁자들과 비교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반디아 퇴출 사건 이후 심혈관 안전성 입증을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제미글로는 대규모 임상 비용 등의 이유로 심혈관 안전성 임상을 포기한 상태다. 당연히 제미글로는 근거(증거) 부족으로 앞으로도 미국에서 허가를 받지 못한다. 그 사이 자누비아 등 여러 DPP-4 억제제는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물론 무리하게 데이터를 쌓을 이유는 없다. 많은 의료진은 DPP-4 억제제 사이에 계열 효과(Class effect)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자누비아에서 입증되면 제미글로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그럴 것이라는 것과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사람 몸 속에 투여되는 의약품은 더 그렇다. 최근에는 같은 DPP-4 억제제라도 다른 결과가 도출되기도 한다. 같은 계열이라도 똑같은 약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제미글로 상승세는 '반짝'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특히 증거를 기준으로 하는 의약품 기본 처방 원칙에 비춰볼 때 제미글로 처방액 급증은 미스터리다. 굳이 답을 찾자면 대웅제약의 마법같은 영업력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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