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19일 11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 5층에 있는 비즈니스센터.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회의가 시작된지 2시간여 지났지만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로 흐르고 있었다. 사추위원들은 이날 5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 한 뒤 최종 2명의 후보를 선발하기 위해 모였다.비즈니스센터 한켠에서 내내 회의실을 주시했지만 5명의 사추위원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잘 새어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말소리는 불현듯 일시에 커졌다 줄어든곤 했다. 5명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서로 강하게 부딪쳤고 간헐적으로 성이 바짝 난 소리들이 들려 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 내용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마라톤 회의는 밤 9시가 넘어서도 계속 이어졌지만 좀처럼 결론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호텔 창 밖 너머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다.
잠시 후 긴 침묵을 깨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열렸다. 한 명의 사추위원이 복도를 향해 거칠게 나왔다. 다른 한 명의 사추위원이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뒤를 따랐다. 이들은 바로 옆 다른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때를 전후해 낯선 얼굴의 제3의 인물이 5층 비즈니스센터를 찾았다. 그가 안내 데스크에 회의실 위치를 묻는 순간 휴대폰 진동벨이 울린다.
"네 의원님."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다. "네" "네"를 연발하면서 그는 빈 회의실로 들어갔다. 통화를 마치며 그가 내뱉은 말은 "알겠습니다 의원님"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추위원 두 명이 대기하고 있던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소리에서 또렸하게 들린 얘기는 '네' '의원님' '알겠습니다' 였다. 그가 사추위 회의가 열리는 회의실에 왔고, 전화를 받았다. 그는 전화 상대방을 '의원님'으로 불렀다. 그는 시종일관 '네'를 연발했고, 통화 말미에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그가 왜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누군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는 대우건설 사추위 회의실에 느닷없이 나타났고, 사추위원들과 만났다. 그는 누굴까. 왜 그 자리에 왔을까. 그리고 '의원님'은 그를 통해 사추위에 어떤 말을 전달했을까.
대우건설 사추위는 이날 밤 11시 최종 후보 2명을 선발하고 끝이 났다. 저녁 내내 진통을 겪던 회의는 '제3의 인물'이 온 뒤 1시간여 만에 결론이 났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사추위원 그 누구도 이 인물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여전히 유력 정치인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 그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 인물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이상 대우건설 사장후보 선정과정의 투명성은 담보되기 어렵다. 외부의 입김 없이 투명하고 공정한 토론과 절차를 거쳐 사장 후보를 뽑았다면 사추위원들은 떳떳하게 그의 존재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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