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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약해지는 '방송사' vs 해외 자금 맛보는 '제작사' [드라마투자시장 뜯어보기①]사전제작 기점으로 투자구조 변화...지적재산권 확보 싸움 가열

김나영 기자공개 2016-07-27 08:55:49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2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작비 100억 원대. 지금까지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제작비 세 자릿수는 국내 영화 중 대작에만 통용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도 100억 원대를 투자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발빠르게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며 주목받는 것이 드라마다. 방영 전부터 해외 선판매와 간접광고(PPL) 등으로 이미 제작비를 상회하는 수익을 맛본다. 한국 드라마, 일명 '한드'가 이익구조부터 투자비율까지 격변하며 콘텐츠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 제작비 절반, 스타 작가·배우 섭외 비용

드라마 스타파워의 핵심은 작가와 배우로 요약된다. 긴 호흡의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 작가의 책임감은 막중하다. 고정 팬층을 확보한 배우도 시청률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감독과 같은 연출의 비중은 서사구조상 영화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 유명 작가와 배우 섭외에 쓰이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최근 기대작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10억 원선까지 올라갔다. 이 중 5억 원은 작가 및 주연배우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로 작품을 찍는다는 전언이다.

드라마는 영화나 뮤지컬 등 다른 문화콘텐츠에 비해 유독 길다. 형태도 국내 기준 기본 16회 미니시리즈부터 30부작 사극, 50부작 주말연속극 등 다양하다. 영화는 2시간, 뮤지컬은 3시간인데 비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16시간, 많게는 50시간 이상을 들여 시청자에게 다가가 설득이 가능한 구조다.

이 같은 특징은 드라마가 영화보다 우수한 수출 성적으로 한류 열풍의 주인공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특유의 멜로를 얼마나 몰입 가능한 수준으로 풀어 가느냐가 곧 작가의 몸값과 직결된다. 작가와 배우만 잘 잡으면 해외 선판매와 PPL로 BEP를 넘기고 시작하는 것이 국내 드라마투자시장의 현주소다.

◇ '갑'이던 방송사, 플랫폼 역할 점차 축소돼

드라마투자시장은 크게 제작사, 방송사, 그리고 일부 투자사로 구분된다.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는 영화와 달리 금융적인 측면에서도 최전방에 서 있다. 각 제작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작품에 소요되는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방송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갑 중의 갑이었다. 영화에서 투자배급사와 극장의 역할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외부 투자를 받기보다 방송사로부터 제작 지원 또는 현물 제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방송사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만큼 거스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만 해도 공중파 드라마는 제작비의 절반이나 그 이하의 금액을 방송사로부터 지원받았다. 예전 드라마는 회당 3억 5000만~4억 5000만 원선, 총제작비 50억~70억 원 선에서 제작됐다. 이보다 금액이 낮은 케이블 드라마는 방송사에서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는 사례도 흔했다.

만약 필요하다면 IBK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일부 국책은행에서, 그것도 투자보다는 융자에 가까운 형태로 제작비를 빌려와 집행하기도 했다. 국내의 일반적인 투자사들이 드라마투자에 끼어들 틈이 거의 없었던 이유다.

이에 따라 작품의 지적재산권(IP)이 방송사에 귀속되면서 제작사는 큰 부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나마 시청률이 좋으면 광고 단가가 올라가기에 방송사로부터 나오는 인센티브 정도가 추가 이익으로 잡혔다.

◇ '을' 제작사, 해외 투자유치로 입지 높여

최근에는 제작사가 방송사의 제작지원을 받는 대신 해외 미디어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형태로 돌아섰다. 그것도 단순 프로젝트투자를 넘어 지분투자나 합작사 설립 등으로 확대되면서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앞서 갑으로부터 나오던 자금이 독립되자 을의 입장에서는 여러 부가사업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제작비를 충당하는 대신 IP를 쥐고 직접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작품의 해외 선판매와 PPL 등이 뒷받침되면서 수익구조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덕이 크다.

이는 중국 수출을 위한 허들이었던 사전제작 붐이 거세지면서 일어난 변화 중 하나다. 이미 방영됐거나 곧 방영되는 사전제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화랑: 더 비기닝' 등은 합작사 설립이나 해외 투자유치와 같은 절차를 차례로 밟았다.

IP 확보 싸움은 사전제작이 아닌 드라마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직 제작이 완료되지 않은 '푸른 바다의 전설' 제작사 문화창고는 방송사인 SBS에 IP를 넘기지 않고 방영권 계약만 맺었다. 제작사들이 투자시장의 을에서 점차 벗어나 입지를 보다 주체적으로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속칭 킬러콘텐츠로 꼽히는 주요 대표작들의 IP 확보 싸움은 이미 제작사에게 유리한 공이 넘어간 상태"라며 "사전제작과 비사전제작을 통틀어 올해 5~6편, 내년과 내후년에는 많으면 10편 이상의 IP가 방송사가 아닌 제작사에게 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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