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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의 맹점 '토지신탁' [thebell desk]

김현동 기자공개 2016-08-12 10:53:58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9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권의 풍경은 '자율과 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명시적 법규가 없는 행정지도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감독조치가 사라졌다. 핀테크(Fintech)로 대변되는 금융과 IT의 융합으로 업권별 칸막이 규제는 완화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예외가 있다. 은행·보험·증권회사에 대한 토지신탁 규제다. 금융당국은 2009년 2월4일 통합 자본시장법 시행일에 맞춰 은행·보험·증권회사의 토지신탁 취급을 제한했다. 법적인 근거 없는 행정지도였다. 이를테면 '그림자 규제'다. 자본시장법의 신탁업 인가를 받고도 토지를 수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신탁업 인가를 받으면 △금전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지상권, 전세권, 부동산임차권,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 등의 부동산 관련 권리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 포함) 중 둘 이상을 수탁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겸영신탁회사의 토지신탁 취급 제한' 행정지도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림자규제 근절책 발표 후 구두지도 금지 원칙에 따라 서면 행정지도로 공식화한 것이다. 이 지도사항은 올해 9월6일까지로 존속기한이 정해져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책을 발표하면서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의 증권사에게는 부동산신탁 중 담보신탁 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은행에만 허용해준 담보신탁 업무를 풀어 증권사의 기업금융 업무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3월 하나금융지주와 뉴스테이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토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사회·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1~2인 가구 증가 등 주거형태와 임차수요가 다변화되는 것에 대응해 다양한 입지에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특히 도심지에 청년·신혼부부·젊은 직장인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우수한 입지에 위치하고 있는 은행지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협약 체결 배경을 설명했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토지를 수탁받아 고령층이나 단독세대를 위한 임대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다. 물론 금융위원회가 은행에 임대형 토지신탁 업무를 허용해야만 가능한 얘기다.

금융당국이 토지신탁(토지를 수탁해 상가 또는 아파트 등으로 개발해 분양·임대)을 전업 부동산신탁회사에만 허용하는 이유는 부동산신탁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은행에 토지신탁을 허용할 경우 영세한 부동산신탁회사가 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임대형 토지신탁만 허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11개 전업 부동산신탁회사는 지난해 저금리 기조 지속과 주택 분양시장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 토지신탁 수탁고는 지난 3월 말 현재 39조 1000억 원으로 부동산신탁 전체 수탁고의 22%에 불과하다(아래 '금융권역별 부동산신탁 수탁고 현황' 참고).

'자율과 경쟁'이라는 금융개혁 차원에서 토지신탁에 대한 그림자규제를 존속시켜야 하는지 금융권의 의견을 재차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한 은행원의 목소리를 전한다.

"(토지신탁 취급 제한은)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전형적인 그림자 규제 입니다. 올해 9월 또 다시 연장 조치를 내린다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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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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