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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지주사 행보, 삼성전자 지배구조 바뀌나 최대주주 '삼성생명→삼성물산' 변경 유력, 직접 매입·오너일가 출자 등 거론

정호창 기자공개 2016-08-22 08:25:25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9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 추가 매입 결정으로 금융지주사 전환 행보에 속도가 붙으면서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삼성전자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2대주주로 물러나야할 필요가 있고, 그룹 지배구조 재편 실익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업계는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이 직접 지분을 매입하거나, 분할 합병 등을 통해 삼성전자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증권 지분 8.02%를 2342억 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취득 절차가 완료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율은 19.16%로 확대된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삼성생명의 보험영업 시너지 확대와 보험자산 운용수익 제고를 위한 주식 취득일 뿐"이라 선을 그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관련 업계에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계열 상장 금융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기에 삼성증권 주식 추가 취득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행보가 빨라지면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금융지주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처분해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 규정과 법 체계에 '금산분리'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어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없을 것이란 게 과거 시장의 지배적 관측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에서 내린 법률 해석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자회사인 사업회사가 비금융사를 '지배'하지 않는 경우 지분 보유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주류 의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7.43% 전체를 매각할 필요 없이 일부 지분만 다른 계열사 등에 넘기고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와 '지배' 요건을 해소하면 금융지주사 전환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현재 삼성전자 2대 주주에 올라있는 삼성물산이 4.18%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1.63% 가량을 삼성물산에 매각하면 최대주주에서 내려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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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의 거래 없이 삼성전자 지분 3.25%를 취득하는 방법도 있으나, 시장에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 건전성 규제 강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삼성생명이 계열사와 관련된 투자자산 규모를 줄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법상 계열사 투자액은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이번 삼성증권 지분 취득을 마무리하면 한도를 거의 소진하게 된다. 향후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삼성화재 등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의 일부 매각이 불가피한 셈이다.

정치권에서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자산액을 취득가격이 아닌 시가로 평가에 장부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삼성생명을 분할하면 자산 규모가 쪼개져 투자한도가 줄어드는데다, 삼성생명 사업회사가 보유한 비금융사 지분 중 5% 이상에 대해선 의결권 제한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도 삼성전자 지분 축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물산 직접 매입, 대규모 인수자금 마련 '숙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처분에 나설 경우 외부 매각보다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소화하는 방법을 택할 공산이 크다. 현재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와 계열사를 포함한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17.8% 수준에 그쳐 2~3%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경우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권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이 해당 지분을 인수해 삼성전자 최대주주에 오르면 지배력 약화와 삼성생명의 '금산분리' 이슈는 모두 해결된다.

하지만 이는 당장은 실행이 어려운 방법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규모가 워낙 커 2~3%의 지분 거래에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 160만 원을 돌파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보통주만 230조 원이 넘는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2~3%를 인수하기 위해선 5조~7조 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은 이 부회장은 물론이고 삼성물산도 마련하기 어렵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조 60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채택될 경우 수년 간 자금 준비를 진행한 후에야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의 여러 사업부 중 상당수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고 삼성SDS의 물류BPO 부문 등 우량 사업부 등을 흡수해 현금 창출력을 끌어올려야만 추진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결과로만 보면 가장 깔끔한 방법이나 준비기간이 오래 걸리고 사업부 매각과 흡수 과정에서 여러 잡음과 반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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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삼성전자 지분 삼성물산 출자도 가능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현물 출자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 지분 처분 없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고,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삼성물산 지배력도 보다 강화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49%는 향후 상속과정에서 이 부회장 등 유가족이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될 재원으로 꼽히고 있어 처분이 쉽지 않다. 이 회장이 보유한 자산을 상속받기 위해선 최소 6~7조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에선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처분이나 현물 납부를 유력한 대안으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 분할 후 삼성물산 합병…추진 과정 '험난' 예상

다음으로 거론되는 대안은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자사주 등을 활용해 삼성물산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현재보다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생명이 처분해야 할 삼성전자 주식을 무리하게 그룹 내에서 소화하지 않고도 지배력 유지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 방안이 실행되면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돼야 하기에 삼성생명을 중간 지주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 폐기돼 20대 국회에서 재발의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나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적지 않아 법안 통과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법적 근거 마련과 별도로 삼성전자의 분할과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실상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체제 구축을 위해 추진되는 사안이라고 시장이 받아들일 경우 추진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주주들의 반발과 여론의 비판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해 해법을 찾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기에 삼성그룹이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시장 변화와 동향, 정치권 움직임 등을 주시하며 조금씩 전략을 수정해 나갈 것으로 보여 아직은 완성된 지배구조 모습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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