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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매각' 1년만에 결실 지난해 하반기 착수… '비핵심사업 1등기업 매각' 이재용式 M&A원칙 재확인

정호창 기자공개 2016-09-12 18:13:37

이 기사는 2016년 09월 12일 1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 검토 1년여 만에 소비자가전(CE)부문 내 프린팅솔루션사업부 매각 계획을 확정지었다. 이재용 부회장(사진)의 '실용주의' 경영전략과 실리 중심 'M&A 원칙'에 입각한 사업 구조조정의 결과물이다.

12일 삼성전자는 수원 사업장내 한가족 프라자 체육관에서 프린팅솔루션사업부(이하 프린터사업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사업부 매각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자산과 인력을 물적분할해 오는 11월 1일자로 신설 법인을 설립한 후 미국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Company, 이하 HP)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프린터사업 신설법인은 1년 간의 준비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 HP에 최종 통합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10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1545억 원)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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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프린터사업부 매각을 확정지은 것은 인수합병(M&A) 검토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의 맺은 성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프린터사업부 매각 방침을 확정하고 국내 대형 회계법인 한 곳을 자문사로 선정해 사업부 기업가치(EV) 실사와 인수후보 물색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와병에 들어간 후 삼성그룹 경영을 총괄하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최고 경영진에게 핵심역량과 경쟁력을 보유한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정비에 나설 것을 천명하고 이에 대한 실무작업 진행을 지시했다.

저성장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선단식 경영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일부 계열사가 위기에 빠져 그룹 전체를 어려운 국면에 몰아 넣을 수 있다는 게 이 부회장의 판단이었다. 이에 그는 해당 분야에서 1위에 올라있거나 오를 수 있는 핵심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해 위기를 사전에 대비한다는 경영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경영전략에 따라 삼성그룹은 2014년 말 한화그룹과의 '빅딜'을 전격 단행해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탈레스 등 화학·방위산업 계열사를 정리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엔 롯데그룹에 삼성SDI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그룹 수뇌부에 비핵심사업과 계열사에 대한 정비작업을 꾸준히 검토해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그룹 내 광고대행업무를 맡고 있는 제일기획과 삼성전자 CE부문의 프린터사업부 등이 매각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산하에 있다 외부로 매각돼 새 주인을 찾는 계열사와 사업부 처리 방법에 있어 자신만의 독특한 M&A 원칙을 갖고 있다. 해당 계열사나 사업을 인수해 1위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파트너에게 거래 우선권을 준다는 원칙이다. 삼성그룹 품을 떠나는 사업부 임직원들이 M&A 후에도 경쟁력있는 조직에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방산과 화학사업을 각각 한화와 롯데그룹에 넘길 때에도 삼성그룹은 이 같은 원칙을 우선해 거래를 진행했다.

프린터사업부 매각 작업에서도 해당 원칙이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유럽과 일본 등에 거점을 둔 글로벌 업체들과 협상을 진행하며 적합한 인수후보를 검토를 진행한 후 올해 초부터 적극적 인수의지를 나타낸 HP를 최종 파트너로 선택했다. HP가 프린터 업계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삼성전자가 프린터사업 매각을 결정한 것은 관련 시장은 물론이고 조직 내부에서도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일반 소비자용 프린터 판매량이 크게 줄고 있고, 기업 역시 전자결재시스템 확산 등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3조 원 이상을 기록하던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2조 원 수준으로 줄었고 경영성과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CE부문이 프리미엄 시장을 지향하며 고급 제품을 통해 수익성 향상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과 달리 프린터 사업의 경우 시장 지위가 낮아 프리미엄 시장 개척이 어려운 점도 약점으로 꼽혔다. 여기에 프린터 시장이 갈수록 B2B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소비자가전(CE) 카테고리로 묶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내부의견 등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철학과 M&A 방침이 이번 프린터사업부 매각을 통해 재확인됐다"며 "실적이 저조하거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사업이라면 그 대상이 비록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라도 예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향후에도 비핵심 계열사나 사업부 매각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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