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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캐피탈 매각 철회 가능성 있나 독자생존론 '무게', 금융위 내부 분위기 변화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6-09-28 14:22:02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8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KDB산은캐피탈 매각을 철회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산은캐피탈 전략컨설팅 중간보고서를 낸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매각을 재추진하기 보다 독자생존에 방점을 뒀다.

금융당국도 산은캐피탈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 철회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산업은행의 금융자회사 매각을 결정한 만큼 이를 뒤짚을 마땅한 명분히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BCG는 산은캐피탈 전략컨설팅 중간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재매각을 추진하기 보다 독자생존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 구조조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산은캐피탈이 제2금융권에서 정책금융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BCG는 다음달 최종보고서를 제출한다. 최종보고서에서 일부 내용의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산은캐피탈의 독자생존에 방점을 둔 전략과 관련해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캐피탈 전략컨설팅의 큰 줄기는 매각을 중단하고 독자생존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때 세부적인 방안이 바뀔 수 있지만 큰 흐름에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차라리 산은캐피탈의 기능을 정책금융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8월 기자들과 만나 "산은캐피탈을 매수할 기업이 없다. (금융당국이) 매각을 보채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 회장의 전문분야가 캐피탈 분야인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여신전문회사로 업무 영역이 매우 넓어 가능성 높은 회사로 산업은행과 산은과 연계돼 있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문제는 산은캐피탈 매각 중단을 대주주인 산업은행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주무부서인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을 포함한 산업은행의 금융자회사 매각이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2013년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내놓으면서 산업은행의 보유 금융자회사 매각 방침을 발표했다.

아직까지 금융위는 산은캐피탈 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을 포함한 산업은행의 금융자회사 매각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 내부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캐피탈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무리한 매각 보다는 적정한 시점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다른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을) 매각한다는 방침은 그대로"라면서도 "매각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다른 방안이 있는지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분만 분명하다면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은캐피탈 실적

업계에선 산은캐피탈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매각과 관련한 입장을 빠른 시일 안에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단순히 매각시점을 늦추기 보다 매각 계획 철회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자금조달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산은캐피탈은 경영 호조에도 불구하고 매각 추진이 알려지면서 자금조달이 예전 같지 못하다. 산은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70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산은캐피탈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893억 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자금조달을 위한 회사채의 경우 매각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투자자들에게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을 주고 발행하고 있다. 풋옵션의 내용은 산은캐피탈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한 달 안에 원리금을 갚아주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 경영권을 매각하면 채권값이 급락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당장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지만 이런 상황을 매각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의 기능을 상업적 베이스에서 정책금융으로 조정하면 시장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고,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도 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하나의 카드를 더 쥘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산은캐피탈이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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