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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년전 공습'과 어떻게 달라졌나 [삼성·엘리엇 2라운드]벌처펀드 이미지, 신뢰도 추락…주주·여론 의식 논리적 접근

장소희 기자공개 2016-10-10 08:35:51

이 기사는 2016년 10월 07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지난해에 이어 삼성그룹 지배구조 등에 대해 2차 공세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가치 증대를 위한 제안'이라는 명목으로 지주회사 전환과 30조 원 규모 배당 등을 요구했지만 이미 지난 1차 공세에서 벌처펀드로서의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이라 시장과 주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엘리엇의 공세 이후 배당성향을 높이고 거버넌스 위원회를 세우는 등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의지를 인정받아 온 덕분에 지난 1차 공세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 엘리엇 계열 블레이크 캐피탈 엘엘씨(Blake Capital LLC, 이하 블레이크)와 포터 캐피탈 엘엘씨(Potter Capital LLC, 이하 포터)는 삼성전자에 △기업구조 개편 △주주환원 △투자자 접근성 및 기업경영구조 개선 내용을 담은 '삼성전자 가치 증대를 위한 제안 사항'을 서신으로 전달했다. 두 회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웹사이트(http://sevalueproposals.com)도 개설해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제안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0.62% 가량이다.

엘리엇 측이 웹사이트에 공개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보면 1년 여전 공세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입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주목할 만한 투자 대상 기업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삼성전자의 메모리칩 사업, 스마트폰 사업, 디스플레이 및 가전제품 솔루션 사업 등의 독보적 시장 지위와 수익성을 높게 평가하며 이와 대비해 만성적인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했다.

이는 지난 1차 공세와 비교했을 때 다른 주주들과 여론을 상당 부분 의식한 접근 방법이라는 평가다. 엘리엇이 1차 공세에 벌처펀드로서의 발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리스크를 짊어졌음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저지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자각하고 보다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이미 1년 여 전에 엘리엇은 삼성그룹을 공격하는 벌처펀드로서의 모습을 드러냈고 주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이번 시도에서 보다 논리성을 갖춘 것처럼 공세를 시작하지 않으면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차 공세 이후 삼성그룹이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다는 점도 엘리엇이 2차 공세를 펼치는데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1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달 28일 이 프로그램을 완료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주가는 약 2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 함께 주주들에게 약속한 거버넌스위원회와 사회공헌(CSR)위원회 등도 출범했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주주권리를 강화하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언하고 배당 성향을 30% 수준으로 높이는 방향을 추진하는 등 주주 달래기 활동에 적극 임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 덕분에 삼성그룹은 이번 엘리엇의 2차 공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엘리엇 측이 제안한 4대 방향 중 삼성그룹이 실행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검토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안이 지배구조 개편이 될 수 있다. 엘리엇 측이 제시한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삼성 옵코(Samsung Opco))와 지주회사(삼성 홀드코(Samsung Holdco))로 나누는 시나리오의 경우 삼성그룹 내부적으로도 검토를 하고 있던 방향이라는 점에서 당장은 아니라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엘리엇 측도 지난 1차 공세에서 실패해 시장의 신뢰를 더이상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그 까닭에 이번 공세에서 상대적으로 삼성그룹을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이슈를 다시 점화해 주가를 높이고 시세 차익을 거두는 것을 실질적인 목표로 삼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앞선 관계자는 "엘리엇 측이 제시한 4대 제안을 삼성그룹이 받아들일 가능성을 애초에 낮게 보는 대신 요동치는 주가를 통해 이익을 거두려는 전략일 수 있다"며 "4가지 안 중 하나라도 삼성이 받아들이게 되면 엘리엇 입장에선 더구나 손해 볼 장사가 아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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