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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쇼잉?…단계적 추가 제안, 장기전 가능성 [삼성·엘리엇 2라운드]특별배당 수용시 1450억 챙겨… 수용 안해도 주가 상승 '꽃놀이패'

정호창 기자공개 2016-10-10 08:32:37

이 기사는 2016년 10월 07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주주 자격으로 삼성전자에 '주주가치 증대 제안서'를 전달한 속내는 뭘까. 겉으로는 삼성전자 주식의 저평가 문제 해결을 내세웠지만 제안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철저히 수익과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보여주기(showing)' 행위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재편이란 과제를 안고 있는 삼성그룹의 사정을 교묘히 이용해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전략을 세워 행동에 나섰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제안을 수용하면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되고, 수용되지 않더라도 '지배구조 재편'이란 민감한 이슈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크기변환_엘리엇
엘리엇은 지난 5일(현지시간)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탈(Blake Capital)과 포터 캐피탈(Potter Capital)을 통해 '삼성전자 가치 증대를 위한 제안 사항'이란 서신을 삼성전자 이사회에 발송했다. 엘리엇은 블레이크와 포터 캐피탈이 삼성전자 지분 0.62%(자사주 제외시 보통주 지분율)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주주 자격으로 삼성전자 이사회에 △지주회사(Holdco)와 사업회사(Opco) 분할 뒤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단순화 △30조 원 특별 현금배당 실시와 향후 잉여현금흐름(FCF) 75% 주주 환원 선언 △삼성전자 사업회사(Opco)의 나스닥 상장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모두 최소 3인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주문했다.

엘리엇의 제안 중 나스닥 상장과 사외이사 추가 선임은 삼성전자가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엘리엇 역시 수용될 것이란 기대보단 제안 내용의 '주주가치 증대'라는 명분을 높이기 위해 반영한 내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엘리엇 제안의 핵심은 지배구조 재편과 현금배당 확대로 볼 수 있다. 주주로서 삼성전자 창업주 일가와 경영진의 공로를 칭송하며 기업가치 저평가 국면 해소 방안을 점잖게 제시하는 모양새를 갖췄으나, 서신 내용의 핵심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용인할테니 회사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을 주주들에게 배분하라'는 주장이다.

엘리엇은 이 같은 서신을 전달한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고, 별도의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적극적으로 공표했다. 삼성전자가 제안 내용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으나, 국내 주식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안서를 노출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제안서를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꽃놀이패'를 손에 쥐게 됐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첫번째 제안으로 제시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재편 요구다. 이는 삼성그룹이 멀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그동안 주식시장 관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봐 온 사안이다.

엘리엇은 이처럼 민감한 이슈에 대해 주주로서 필요성을 인정함으로써 삼성그룹에 '명분'을 제공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주주 제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삼성전자 이사회를 자극하고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계책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엘리엇의 이 같은 제안은 사실상 '공염불'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엘리엇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고작 0.62%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재편을 용인하거나 캐스팅보트를 쥘 위치에 있지 않다.

엘리엇이 동의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재편은 주주총회 통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회사 분할과 합병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이기에 참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엘리엇이 손에 쥐고 있지도 않은 권리로 생색을 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엘리엇이 이번 이벤트를 벌인 목적은 삼성전자에 현금배당 확대를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엘리엇은 재무상태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가 30조 원의 특별배당을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과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엘리엇이 요구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삼성전자의 배당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은 높다. 삼성전자가 이미 지난해 10월 말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황들을 살펴보면 엘리엇은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사안을 골라 내용을 확대하고 덧붙인 주주 제안을 내놓고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볼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영악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는 제안 수용 여부를 떠나 0.62%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제안을 수용할 경우 삼성전자 입장에선 크게 덕 볼 일도 없이 막대한 현금을 주주들에게 배분해야 한다. 제안을 거부할 경우 주주가치 증대를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엘리엇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결정과 무관하게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제안을 수용하면 거액의 배당을 챙길 수 있고, 거절하더라도 주식시장에서 가장 민감해 하는 지배구조 재편 뇌관을 자극한 상태라 주가 상승으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6월 이후 1조 20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현재 지분을 손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제안대로 주당 24만5000원의 특별배당을 시행할 경우 엘리엇은 1862억 원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법인과 마찬가지로 22%의 법인세를 납부할 경우 1452억 원을 손에 쥘 수 있으며, 외국법인으로서 조세혜택을 받을 경우 실수령액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배당 외에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의 주식 매입기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주식 평균 매입 단가는 160만 원 이하로 추정된다. 평균 매입가를 155만 원으로 가정하면 제안서 공개 이후 단 이틀만에 1000억 원 수준의 평가차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엘리엇이 별도의 홈페이지까지 구축하고 나선 것을 보면 이번 삼성전자에 대한 공략도 지난해 삼성물산과 마찬가지로 최소 수 개월에 걸친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향후 삼성전자의 반응과 주식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제2, 제3의 제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수익을 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필요한 명분을 내걸고, 대외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거의 손해 볼 일 없는 제안을 통해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벌처펀드의 대표주자답게 지난해 삼성물산 투자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갖추고 이번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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