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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지원 제도···'허점' 파고든다 [블랙엔젤 주의보②]'정부자금 = 눈먼 돈' 인식 여전···가장납입, 과도한 지분요구

신수아 기자공개 2016-10-14 08:01:0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2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랙' 엔젤투자자는 진화한다. 감언이설을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꾀했던 악성 투자자들은 현 국내 엔젤투자 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지원 자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엔젤투자 업계의 분위기다. 엔젤투자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생태계 발전의 씨드머니(seed money)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사익을 노리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엔젤투자는 벤처기업이 성공하면 단기간내 고수익을 올릴 수 있으나 실패하면 수익금을 전액 잃게되는 투자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기업의 극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만큼 미래성장성을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risk high-return)을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Low-risk high-return)으로 만들기 위한 편법이 수반될 때 발생한다.

엔젤매칭펀드를 둘러싼 잡음은 단골 메뉴다. 한국벤처투자(이하 모태펀드)가 운용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인정받은 엔젤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1배수에서 2.5배수까지 투자금을 모태펀드가 연계해 투자하는 제도다. 엔젤투자자가 먼저 투자를 마치고 투자금 매칭을 신청하면 실사 작업을 거쳐 투자를 집행된다.

제출 서류를 기반으로 하는 형식적인 실사 과정을 악용한 사례가 가장 빈번하다. 그 중 가장납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브로커가 엔젤투자를 집행한 듯 서류상 처리하고 매칭 펀드의 자금을 편취하는 경우다. 투자를 받아주겠다고 접근한 브로커가 매칭 펀드로 부터 투자금이 유입되면 이자를 붙여 상환받는 방법도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엔젤투자클럽이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지인 자금을 우선 투자받고 지인을 엔젤투자자로 가장하는 식이다. 투자 이후 지인을 엔젤클럽에 가입시켜 펀드 자금을 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펀드 자금은 지인과 엔젤클럽에 흘러 들어간다.

일례로 A회사의 실질적 경영자였던 B와 C는 엔젤클럽을 통한 매칭펀드 신청요건을 갖추기 위해 자신들의 모친, 아내, 지인의 명의로 A회사에 총 2억 원의 투자금을 납입 후 엔젤투자매칭펀드 투자를 신청했다. 이 투자금 중 1억 원은 납입일 익일에 출금됐다.

기술 스타트업 프로그램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의 모호한 제도적 기준을 악용한 사례도 눈에 띈다. 운용사가 팁스 자금 매칭을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사례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팁스 운용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운용사의 담당 심사역이 금액까지 특정하며 팁스 자금 매칭을 약속해줬기 때문에, 꼭 그만큼은 아니지만 지분을 더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약속과는 다르게 자금 매칭이 실패해 지분을 도둑맞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투자 기업의 가치 산정이나 인큐베이팅 등 무형의 자산을 투자 지분 산출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투자사의 지분 취득 상한선도 명시되지 않아, 운용사들은 협상과정에서 팁스 자금 매칭을 빌미로 과도한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 산정은 쉽지 않다. 매출 등 실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술이나 성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투자사가 제공하는 제반의 지원사업 등의 서비스를 어떻게 투자 지분이 반영할 지는 '재량'에 맡겨져있다. 문제는 투자사가 이 같은 근거를 명시해 밝힌 서류를 제출 할 의무가 없어 팁스 매칭 과정에서 주무부서는 이를 검토할 보충 자료가 없었던 셈이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창업초기 단계의 투자·보육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엑셀러레이터 등을 고려해 이 같은 무형의 가치가 투자시 고려되어야 하지만 명시적 근거가 없는 주먹구구식으로 반영될 여지가 충분했다"며 "이는 향후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팁스는 투자계약서가 아닌 투자확약서도 인정하고 있다. 투자확약서는 일종의 가계약이다. 팁스 운용사가 투자확약서만 쓰고 자금 매칭을 요청하고, 만약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지 않을 경우 투자 의사를 철회하는 식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확약서는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을 수 없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계약 확약서가 인정되는 것은 팁스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운용사는 팁스 매칭에 따라 골라서 투자할 안전장치를 만들게 되는 셈이고, 한 푼이라도 아쉬운 스타트업은 졸지에 투자가 엎어져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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