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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캠프를 위한 변명 [thebell note]

신수아 기자공개 2016-11-01 08:25:2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31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절이 수상하다. 비상식이 상식을 뛰어넘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어수선하기 그지 없다. 혼란스러운 뉴스가 연이어 터지는 요즘, 한 방송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창업 생태계의 '미르재단'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재단이 설립한 창업 지원 센터 디캠프(D.Camp)를 방만한 경영의 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 중 디캠프를 연간 수 십억 원의 비용을 유용하는 비효율적 기관으로 묘사한 대목은 선뜻 이해가지 않는다. 테헤란로 중심에 위치한 디캠프는 스타트업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문을 연 이후 줄곧 스타트업의 네트워킹 장으로 활용됐으며, 정기적인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그간 치러진 행사 수 만해도 3000여 건이 넘는다. 설립 이후 약 20만 명이 디캠프를 다녀갔으며 5만4000여 명이 협업 공간을 이용했다. 직·간접적인 스타트업 투자도 이뤄졌다. 최근까지 보증·연계 투자를 포함, 디캠프가 관여한 투자 금액은 약 2686억 원. 약 2822개 스타트업이 기회를 잡았다.

실제 방문하면 그 열기는 더 놀랍다. 매일 같이 진행되는 크고 작은 행사로 디캠프는 쉴 틈이 없다. 곳곳에 자리잡고 앉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모습은 유수의 글로벌 IT 기업을 연상시킨다. 국내 스타트업 유니콘 가운데 디캠프를 직·간접적으로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디캠프가 국내 스타트업 허브의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재단의 역할도 주효했다. 정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창업 투자 시장에 민간 자금 유입의 물꼬를 틔었다. 재단이 출자한 성장사다리펀드는 설립 후 첫 2년 간 민간 매칭을 통해 4조4000억 원의 자(子)펀드를 결성했다. 올 한해 조성 금액까지 합친다면 그 규모는 5조 원을 손쉽게 넘길 전망이다. 이 자금을 통해 약 300여 개의 기업이 소중한 투자 재원을 얻었으며, 성장단계별로 조성된 펀드는 될 성 부른 초기기업의 성장 주기를 함께했다. 재단은 디캠프와 펀드를 통해 유무형의 창업 지원을 이어온 셈이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는 팁스 논란과 아이카이스트 사태로 경직된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창조경제'의 기치도 힘을 잃었다. 그러자 불똥이 애먼 곳으로 튀고 있다.

방송 이후 기자를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번만 디캠프를 둘러보고, 단 한 차례만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면 지난 4년 간 창업 생태계에 어떤 씨앗이 뿌려져 성장해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묵묵히 창업자들을 지원하며 생태계 열기를 빚어낸 사람들의 노력까지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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