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13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무언가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그리곤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열심히 촬영에 집중한다.사람들이 사진에 담느라 바쁜 것은 대신증권의 상징물이라고 불리는 황소동상이다. 이 조형물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산타복을 걸친다. 상승장을 의미하는 거친 황소가 앙증맞은 산타복을 걸친 모습이 어색하지만 신선하게 느껴지면서 매년 화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 그 진풍경은 여의도에서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이달 대신증권이 명동 신사옥으로 이사를 하면서 황소동상까지 자리를 옮기게 됐다. 다만 유동인구가 많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에서라면 더 큰 흥행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이 황소동상은 지난 1985년 대신증권이 현재 여의도 본사로 옮길 때 들여왔다. 그 후 30여년의 세월, 황소동상이 줄곧 같은 자리를 지키는 동안 대신증권은 많은 발전을 경험했다. 대신개발금융·대신투자자문·대신생명 등을 설립해 대신금융그룹 체제의 초석을 다졌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사이보스(CYBOS) 개발도 이뤄졌다.
창사 후 처음 기업이미지(CI) 변경작업도 했다. 지난 2010년 대신증권은 기존의 믿음경영 철학을 발전시켜 신뢰와 상생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 CI를 교체했다. 그렇게 대신증권은 여의도 시대에서 사업영역 확장과 더불어 기업의 정체성 확립을 이뤘다.
그러나 영광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한때'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과거의 강점을 잃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투자은행(IB)부문의 경우 빅딜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기업공개(IPO) 명가 재건을 위해 문을 두드린 코넥스시장에서는 '최다 상장폐지 지정자문인'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명동으로 돌아가는 대신증권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빠르게 변하는 증권업계 내에서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신증권만의 강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대신증권은 최근 우리에프앤아이(현 대신에프앤아이)·저축은행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증권사 자체 몸집을 불리기보단 사업 다각화와·계열사 간 시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이 명동 사옥에 통합 입주하는 만큼, 사업전략을 성공시킬 요건은 갖췄다.
최근 인수채권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IB부문에서 업무 효율을 높여 과거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옥 이전은 큰 전환점이다. 30년 여의도 시대 이상으로 명동시대가 빛나길 바란다. 대신증권의 밝은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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